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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나의 이야기

엄마랑 떠나는 추억여행6-역전시장

by 벗 님 2011. 8. 24.

 

 

 

 

 

엄마랑 늘 그립던 옛동산과 마을..

그리고 내가 그 시절 등교하던 길을 따라 초등학교도 둘러보고..

마지막 추억의 장소인 역전시장으로 향한다.

 

그 시절엔 바닥에 과일이며 채소를 그대로 놓고 팔던 좌판이 대부분이였는데..

반듯하게 정리된 시장통..

비나 눈이와도 장보기 용이하도록 천장이 만들어져 있고..

그야말로 현대식 시장의 모습이다.

 

그래도 이 시장의 구석구석도 내 어린 눈에 비추이던

옛모습을 군데군데 간직하고 있었다.

 

 

 

 

 

 

 

 

 

 

엄마는 시장의 청과조합이란 곳에서 일을 하셨는데..

그 덕에 어린 날..과일은 푸지게 먹었던 듯 하다.

한 날은 내가 동생들 손을 잡고 줄줄이 엄마의 일터를 찾아왔던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날 동생들 손을 잡고 시장통 입구에 서서는 저 멀리서 일하시는 엄마를 발견하고는..

엄마~~하고 부르던 여섯살쯤의 나..

나도 그 날이 또렷이 기억난다.

 

 

 

 

◆ 동생 랑이에 대한 몇가지 일화..

 

세살바기 랑이가 혼자서 발가벗고 빈 밥그릇에 숟가락 하나 달랑 들고

그렇게 엄마가 일하시는 일터를 찾아왔더란다.

엄마 대신 우릴 돌보던 이모가 마당을 쓰는 사이..

밥 먹던 랑이가 사라지고 없더란다.

 

그 길이 어른 걸음으로도 30여분은 족히 되는 길인데..

두 세번 왔던 그 길을 어떻게 찾아왔는지 지금도 신기하기만 하시다고..

 

 

 

또 어느날은 랑이를 잃어버려서 아빠랑 엄마..큰집식구들 모두

온동네를 샅샅이 찾아도 결국 찾지 못하고..

어둑해질 무렵 역전경찰서에 신고하러 갔더니..

거기 한쪽 구석 의자에 보름달 빵을 입에 물고 앉아 있던 랑이..

 

그날도 아마..엄마 찾아 나서는 길이였는데..

엄마는..그냥 두었으면 혼자서 잘 찾아왔을텐데..

누가 경찰서에 데려다 주는 바람에..그리되었다고..

 

그 날..어린 나도 맘을 졸였던지..

동생 랑이를 굳이 내가 업겠다고..

그렇게 동생을 업고 경찰서를 나서는데

랑이가 손에 쥔 보름달 빵을 먹어보라며 등 뒤에서 내게 내밀던

아주 또렷한 그 날의 기억..

 

 

 

그리고 또 하나..

더운 여름날이면 엄마는 우리들을 데리고 울기등대 바닷가에서 놀다 오곤 하셨는데..

엄마랑 이모랑 동생들이랑 울기등대에 놀러갔다가 오는 길에..

이모가 콜라를 사서 주었는데..

엄마가 너거 아빠도 한 병 갖다 드렸으면 좋겠다..이 한 소리 했는데..

또 사라진 랑이..

 

나중에 보니..그 콜라병을 들고는 아빠가 일하시는 중앙시장 2층까지 갔더란다.

마침 낮잠주무시던 아빠 머리맡에 그 콜라를 얌전히 두었다는 일화..

서너살 밖에 안된 아이가 어떻게 그 먼길을..

그것도 그 당시엔 꼬불꼬불..

그리고 그좁은 2층 계단은 어찌 찾아 올라갔는지..

 

 

그리고 네째 주야를 잃어버리고 허겁지겁 찾아나섰더니..

저 역전시장 한 복판..그것도 쓰레기를 쌓아둔 높은 곳에 서서는

파랗게 질려서는 발을 동동 거리며 울고 있더라고..

또 한날은 없어져서 찾아보니 ..

방과 후 벗어놓은 내 책가방을 메고는 그렇게 초등학교 앞에서 놀고 있더라고..

 

 

그 시절..엄마 아빠 다 일나가시고 나면 어린 동생들은 내차지가 되었는데..

어린 나는 동생들 돌보는 것 보다 노는데 더 정신이 팔려서..

그렇게 종종 동생들 실종사건이 있었던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아찔한..요즘 같으면 정말 큰 일 날..일..

 

 

 

 

 

 

 

 

 

 

그 때나 지금이나 가장 번화가인 이곳..중앙시장..

어린시절 부터 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도..

엄마는 이 중앙시장에서 나랑 동생들 옷을 구입해 주셨다.

 

저기 왼쪽 옆의 신신백화점..

저곳이 엄마랑 내가 주로 쇼핑을 하던 곳이다.

그 당시 백화점 홍보한다고 코메디언 배삼룡씨랑 탤런트 이영애씨가 왔었는데..

나는 배삼룡씨가 바보처럼 보이지 않고 아주 점잖아서 놀랐고..

이영애씨가 너무 이뻐서..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이뻐서 또 놀랐다.

 

저기 한 무리의 외국인 가족..

참 신기하게도 오늘 종일 저들과 마주쳤다.

처음 우리집 앞의 롯데마트 앞에서 마주 쳤고..

마트에서 볼일 보고 엄마랑 복산동 가는 버스를 탔는데..

그 버스안에 저들이 앉아있었다.

 

그리도 종일 옛동네랑 학교랑 시장을 순회하고 있는데..또 마주 쳤다.

울산바닥이 그리 좁은 곳은 아닌데..

참 신기하다며 엄마랑 나랑 웃는다.

 

 

 

 

 

 

 

 

 

 

 

 

 

 

 

 

 

 

 

 

 

 

 

옛날엔 엄마랑 시장을 한바퀴 돌고나면

항상 들리는 칼국수집이 있었는데..

그릇이 넘치도록 푸짐하게 담아주던 그 손칼국수맛이

지금도 잊히지가 않는데..

이젠 그 칼국수집은 없어졌단다.

 

시장통 아줌마에게 물어 찾아온 맛있게 한다는 집..

종일 뜨거운 햇빛 속을 걸어서..

평소엔 차가운 거 드시지 않는 엄마도..

오늘은 시원한 게 먹고시프시다고..

그래서 나는 냉면..엄마 냉콩국수를 시켰다.

 

식당도 깔끔하고 주인 아줌마도 너무나 친절하고..

무엇보다 뭐든 조금 밖에 안드시는 엄마가

콩국수가 맛나다고 국물까지 다 드시니..

내 마음이 참 좋았다.

 

 

 

 

 

이렇게 유년의 추억이 어린

 

마을이며 우리집 뒷동산 내가 다니던 학교..

 

시장 순례까지..

 

엄마랑 함께 한 추억 여행을 마름한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