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아침..
쏭이 학원 보내고 내남자랑 남한강 자전거길을 가기로 한다.
자동차로 지나며 늘 부러웠던 남한강변의 자전길..
다행히 집 근처의 중앙 경의선이 팔당역까지 바로 간다.
비록 지하철로 2시간 가량의 거리지만..
지하철 젤 앞칸이나 뒷칸엔
이리 자전거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단 주말에만 이용가능하고 평일엔 시간제한이 있다.
♥
늦게 출발한 탓으로 팔당역에 도착하니 오후 1시가 넘었다.
검색해서 봐둔 맛집..굴다리 밑의 초계국수집에서 요기를 하고..
다소 쌀쌀한 날씨..식당 앞의 볕 잘 드는 테라스에 앉아..
따끈한 믹스커피와 두부과자를 먹으며 잠시 쉬어간다.
능내역..
하이킹족들과 봄나들이 나온 인파로 북적인다.
옛내음 나는 간이역..
찬찬 둘러보고 싶었지만 갈 길이 멀다.
♬~ 한사람-채연
아침햇살에 내가 처음 눈을 떴을 때
나를 반겨주는 얼굴이 그대이길 바래
짙은 어둠 속에서 내가 힘들어 할 때
나의 어깰 감싸줄 사람 그대이길 바래
이쯤에서 내남자랑 헤어졌다.
내남잔 집까지 자전거로 돌아갈거란다.
나는 쉬엄쉬엄 경치도 구경하며 달리다가
적당한 곳에서 지하철 타고 귀가하기로 하고..
자전거로 달리다 보니..
나도 집까지 자전거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아무리 길치이지만..
그냥 쭈욱 강변을 따라 달리면 한강이 나올 것이고..
서울 한강에만 가면 집은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자전거로 일산 집까지 가는 모험을 강행하기로 한다.
한참을 달리다가 잠시 쉬어간다.
여긴 여주 어디쯤의 대교 아래..
어느 급한 경사길에서 만난 예쁜 풍경..
집 뒤의 야산에는 연두빛 봄물이 오르고..
옥상 건조대에 널린 빨래를 말려주는 봄햇살도 고웁고..
무엇보다 나란히 놓여진 화분들 풍경이 정겹다.
뚝섬
낯익은 반포대교에 이르러서야 마음이 놓인다.
여주 어디쯤의 갈래길에서 자칫 다른 방향으로 갈 뻔..
오는 내내 내가 바로 가고 있는 게 맞을까..
살짝 불안했었는데..
언젠가 내남자랑 잠실철교에서 유턴하고 잠시 쉬어가던 잠수교..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내남자가 어디쯤 가고 있을까..폰을 하니..
바로 앞에 있단다.
다시 재회한 우리..
날은 이미 어둑하고 봄날이라고 다소 얇게 입은 옷 탓에..
차가운 강변의 바람과 밤공기에 덜덜 떨며 자전거를 타야 했다.
팔당에서 한강까지 몇 키로를 달렸는지 모르겠지만..
내남자도 나도 마니 지쳤다.
무엇보다 행주산성에서 일산 집까지 가는 밭둑길이
어둔 밤엔 위험할 거 같아
수색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기로 한다.
나중엔 자전거 페달을 밟을 힘도 없어
겨우겨우 집까지 와서는..
간만에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천근만근인 몸은 담근다.
다음날..식구들 밥이고 뭐고..
종일 에구에구~하며 누워 끙끙 앓아야 했다.
무슨 자전거를 전투처럼 타는지..
산엘 가서도 그렇고..
내남자도 나도 끝장을 보는 성격..
그거 하나는 우리 부부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 벗 님 -
축하드려요....^^
그 끝장보는 성격탓에 잊을수없는 추억하나 만드셨잔아요..
집이 일산이라 하시니 증말 먼길 다녀 가신거네요
제가 있는곳 송파를거쳐 능내까지.....
대단한 모험...대단하십니다...ㅎㅎ
안전귀가 축하드리고..
고생하시며 담으신 포근하고 아름다운 사진들...잘 감상했습니다...ㅎㅎ
멋집니다...벗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