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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산 이야기

문수산-엄마하고 나하고

by 벗 님 2011. 8. 17.

 

 

 

 

 

원래는 엄마가 가고파하시는

엄마의 고향에 모시고 가고싶었는데..

지금 동해쪽은 피서인파로 북적거려..

도로에서 시간을 다 허비하고 말거라는 태야의 만류에 밀려..

엄마랑 나랑 문수산 산행을 가기로 한다.

 

 

 

 

 

 

 

 

 

 

 

 

 

 

 

 

 

 

 

 

 

 

산이라면..웬만한 산의 산신령보다 도가 터신 울엄마..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산길을 꼬불꼬불 잘도 찾아가시는 울엄마..

나는 헉헉대며 걷는 산길을 엄마는 숨소리조차 없이 사뿐히도 걸으신다.

 

내가 힘들어 하니 자주자주 쉬어가며..

산길에서 만나는 풀이며 꽃이며 나무며..설명을 해주시는데..

들을 때는 알겠는데 지나고 나면 가물가물~~

 

안그래도 산에 가고싶었는데..

나랑 함께 가게 되어서 참 좋다 하시는 울엄마..

내가 산을 알아서 참 다행이다 하시는 울엄마..

 

 

가시며 산길 구석구석을 다 설명해 주신다.

저 절 뒤쪽엔 영지버섯이 소복이 자라고..

저 아래쪽엔 야생밤이 수두룩하고..

저  길가엔 두릅나무도 있었는데 잘 뵈지 않는다고..

헛개나무며..칡덩쿨이며..산머루며..다래며..뽕잎이며..

산길 마다마다엔 울엄마의 이야깃 거리가 수두룩하다.

 

 

 

 

 

 

  

 

 

 

산 아랫길에서 만난 어느 농가의 마당풍경..

 

빨랫줄에 널린 이불이 바람에 말라가는 풍경이며..

마당에 널린 고추가 햇살에 빨갛게 반짝이는  풍경이며..

소담한 마당풍경이 참 정겨워서..

 

 

 

 

 

 

 

 

 

 

그 집 앞에 있던 옛날식 화장실??

녹슨 자물통으로 꽁꽁 채워져 있는 걸 보니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모양이다.

 

낡고 스러져가는 것에서 아스라한  옛생각이 일렁인다.

 

 

 

 

 

 

 

 

어제의 여독이 안풀린 탓인지 힘들어하는 날 위해..

엄마는 쉬엄쉬엄 가자며..자주 쉬어주신다.

산을 오르는 내내 ..도란도란 엄마의 옛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요즘들어 엄마의 얼굴이 참 맑고 고와지신 듯 하다.

 

" 엄마..이뻐지셨어."

"엄마..얼굴빛이 참 맑아지셨어."

 

정말 아름다우신 울엄마..

 

 

 

 

 

 

 

 

약수터

 

 

 

 

 

 

 

 

 

 

 

 

산 한 구비를 넘으니 저 약수터가 나온다.

사람들은 저 약수물을 그냥 마신다.

엄마도 괜찮다며 꿀꺽꿀꺽 달게도 마신다.

 

약수터 근처의 편편한 곳에 앉아..

아침에 냉장고에 있는대로 급하게 조달한 도시락..

엄마는 산에 갈 땐 다 필요없고 김치만 있어도 꿀맛이라며..

 

그렇게 엄마랑 나랑 약수터 근처의 편편한 곳에 앉아..

소반으로 참 맛난 산정식사를 한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하루였지만..

그래도 산바람이 시원한 날이였다.

산길 마다 바람이 지나는 통로가 있어.,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식혀준다.

 

산 위에서 내려다 본 산아래 세상은..

저토록 평화롭다.

 

 

 

 

 

 

 

 

 

하산 하는 길에 만난 하얀 도라지꽃..

길가에 외따로 홀로 피어있어..

처음엔 도라지일까? 아닐까?

엄마랑 나랑 한참을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심전심..

내가 디카를 들이대니

엄마가 바람에 한들거리는 꽃대를 잡아주신다.

 

 

 

 

 

 

 

 

 

 

물 흐르는 계곡이 없어 참 아쉽다며..

바위에 앉아 곤한 발 주물러 피로를 풀고 가자 하신다.

 

등산화랑 양말을 벗고 바윗돌에 앉아

엄마랑 나랑 발을 조물조물 맛사지한다.

 

엄마말대로 발의 피로뿐 아니라

온몸의 피곤이 싸악 가시는 듯 하다.

 

 

 

 

 

 

 

 

 

 

 

 

 

 

 

 

나에게 울엄마는 절대우상이다.

 

그리고 세상 가장 큰..사랑이다.

 

 

 

 

집에 돌아오니

휴가 떠났다 돌아온 랑이랑 영아네가 와있었다.

맛난 저녁을 차려놓고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랑 둘이만 종일 지내다 와서..

아빠가 좀 삐지셨다고 랑이가 살짝 귀뜸을 해준다.

마음 여리신 아빠껜 늘 죄송하기만 하다.

 

가눌 길 없이 노곤한 몸..

누워 사르르~~잠들 무렵..엄마가 오이를 저며 오셔서는 ..

산빛에 발갛게 상기된 내 얼굴에 오이마사지를 해주신다.

오이물이 잘 스며들라고 두 손으로 꼬옥 눌러주시는

엄마의 더없이 따스한 손길을 느끼며..

 

나는 섬집아가처럼 곤한 잠을 잔다.

 

내일은 엄마랑 나 어릴적 살던 동네에로의

 

시간여행을 하기로 하고..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