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영지를 소복하게 따는 엄마만 아는 비밀장소가 있다길래..
지금쯤 영지가 한창 자라있을 거라며..접어든 숲속길영지가 자라는 그 자리엔 꼭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더라며..
그런데도 무섭지도 않으신지..나더러는 길가에 있으라 하시고는
엄마는 길도 없는 울창한 숲으로 성큼 들어가신다.
저 만큼 숲속에서 한참을 이리저리 헤적이시던 엄마가 나오시며 ..
"올해는 영지가 없네.."
"아마도 죽은 참나무가 그 명이 다해서 더 이상 영지를 못키우나 보다.." 하시며
아쉬워 하신다.
그러네..나무는 죽어서도 버섯을 키우네..
그렇게 세상만물에겐 자기만의 소임이 다 있는거네..
♥
이야기 하나..
어느해던가..엄마가 지금보다 좀 젊었던 날에..
늘 함께 산행을 하시는 세운아줌마랑가지산엘 간 날에..
평소 잘 다니지 않는 인적이 드문 길로 접어들어
마침 한적한 계곡물가에서 땀을 식히며 쉬시던 중이였는데..
저 윗쪽 물가에 어떤 남자분이 등을 지고 앉아 쉬는 게 보이더란다.
그러던 중..세운 아줌마가 무단히 계곡물에 발을 담갔는데..
발에서 피가 철철 날만큼 크게 다치셨단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다칠 이유도 상황도 아니였는데..
엄마는 지금도 그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으신다고..
당황한 엄마가 그 남자분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더니
금방까지도 있던 그 남자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더란다.
그 와중에 엄마도 발을 헛디뎌
등산복을 두 겹이나 입으셨는데도 무릎이 깊게 패이도록 큰 상처를 입으셨단다.
어찌어찌..두 분이서 산 아래 절간까지 와서 스님의 도움을 받게 되었는데..
스님이 하시는 말이 그 계곡에서 해마다 인명사고가 나서..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라고 하시더란다.
어떤 남자가 있었다는 말에 세운 아줌마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엄마는 지금 생각해도 왠지 오싹해지신다고..
분명 등을 진 남자 한 명이 거기 앉아 있었는데..하시며..
이야기 둘..
또 어느날엔가..세운 아줌마랑 문수산엘 올랐던 날에..
한적한 산길에서 저만큼 앞에 남자 몇이서 잠깐 이리 와서 쉬었다 가라는데..
왠지 느낌이 안좋아 길도 아닌 숲속으로 줄행랑을 치셨단다.
그렇게 산속에서 문득 길을 잃고 헤매이게 되셨는데..
가만히 정신을 가다듬고 숲길을 살펴보니 토끼길 같은 길이 엄마눈엔 또렷이 보이시더란다.
그런데 뒤 따라 오시는 세운 아줌마는 왜 길도 없는델 자꾸 가냐며..만류를 하시는데..
세운 아줌마 눈엔 도무지 보이지 않는 길이 엄마눈엔 훤히 보이시더란다.
그렇게 숲길을 헤치며 한참을 가다가 자꾸 뒤쳐지시는 세운아줌마를
빨리 오라며 잠깐 뒤돌아보고 다시 길을 가렸더니..
바로 앞에 훤히 뚫려있던 길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수풀만 우거져 있더란다.
바로 한 발 앞에 있던 길이 잠깐 돌아본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어졌으니..
엄마는 무척 당황하셨단다.
그래도 그전의 기억을 더듬어 몇 발자욱 나아가니..
천만다행하게도 저만큼 앞에 사람이 다닌 길이 나오더란다.
전에 글에도 썼었지만 산행동료들 사이에선
울엄마는<신선산 차기 신선 후보>라 불리시는데..
아마도 울엄마는 산신령님의 특별한 아낌을 받고있는
특별한 산신령 후계자임이 틀림없는 듯 하다..고..
나는 혼자 생각해 본다.
아름다우신 울엄마..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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