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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모놀로그/☎독백2

갱년기일까

by 벗 님 2015. 11. 13.

 

 

 

 

 

 


거의 일주일만에 문성언니를 만났다.
언니도 빠지고..나도 빠지고..
언니야 공사가 다망해서 친구들 만나고

가을빛 고운 곳 놀러 다니느라 그랬지만..
난 그냥 5일 동안 시체처럼 널부러져 있었다.
이 곱고고운 가을날에..

5일 만에 센타에 나가니 다들 왜 안 나왔냐구..
하긴 그동안 거의 빠지지 않고 참 재미나게 열씸히 다녔는데..

"모르겠어요. 정말 암것두 하기 시러요."
"숨 쉬는 거 말고는 꼼짝두 하기 시른 거 있죠."

언니들이 진단하기를 갱년기란다.
갱년기가 와서 그렇단다.
하긴 올해 들어서 주말이면 정말 꼼짝도 하기 시러서

집에 널부러져 있기 일쑤였다.
주말마다 산행 간다는 생각에 들떠 있던 때가

내게도 있었나 시플 정도로..

내남자가 산책 가자..드라이브 가자..

술 한 잔 할까..뭐 먹으러 가자..
전엔 마음 안 내켜도 얼른 따라나서곤 했는데..
요즘 나의 대답은..

 

"그냥 집에 있고 시퍼요. 피곤해요.. "



마음 보다도 몸의 문제인 듯 하다.
몸이 축 처져서 힘이 드니 만사가 귀찮고

무엇보다 아무 의욕이 생기질 않는 것이다.


진짜 갱년기라도 온 걸까..?
아님 가을을 찐하게 타는 걸까..?

 

 

 

 

 

 

 

 

 

 

 

문성언니가 친구랑 성북동 길상사를 다녀왔다며

폰의 사진을 보여 주는데..
가을빛도 고풍스런 집들도 너무 예뻤다.

 


길상사..

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
거기 효재네 집도 있다며 사진에 담아왔는데..
예전 책에서 본 그런 소박한 집이 아니라 저택 같은 느낌..

그러나 효재님이 사는 곳.. 한 번 쯤 가보고 싶다.

"언니, 주말에 나 혼자 배낭 하나 매고 길상사나 다녀올까 봐요? "
"혼자? "
"네.. 나 혼자서도 잘 다녀요. "
"얘.. 어디 혼자 다니지 마라.."

"왜요? 거기 혼자 다니기 위험한 곳인가요?"
"그런 건 아닌데 세상이 흉흉하니 누구랑 같이 가.."
"그런가? 세상이 그 정도로 흉흉한가? "

 

 

 

 

 

내남자 주말에 대학 친구들 모임이 있어 밀양까지 다녀오신단다.
가는 길에 시골 어머님께도 들릴 거라며..
넌즈시 나에게 같이 갈래? 하고 묻는다.
어제도 묻고..오늘도 또 묻는 걸 보니..

나랑 함께 가고 시픈가 보다.

내남자 대학 친구라고 하지만..
대학시절 늘 함께 어울려 다니던 사람들인지라..

나야 어려울 것도 불편할 것도 없지만..
남자들끼리 모임에 내가 끼이면..

그들이 괜히 불편할 것이다.

그런 걸 떠나서..그냥 가고 싶지 않다.
여행처럼 따라 나서면 이 깊어가는 가을정취도 만끽하고..
어느 정도 가라앉던 마음이 힐링이 될 것도 같았지만.
일단 어디 떠난다는 자체가 귀찮다.

길상사도 마음은 가고시픈데..
몸이 그닥 안 따라줘서..갈지 말지..망설이는 중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가을도 결국 나를 불러내지 못하고..
내가 너무 깊이 가라앉아 버린 걸까..
다시 또 침몰하고 있는 걸까..


 

 



 

 

♬~ 길 위에 최백호

 

 

 

푸른 잎들 돋고 새들 노래를 하던


뜰에 오색 향기 어여쁜 시간은 지나고


고마웠어요 스쳐간 그 인연들


아름다웠던 추억에 웃으며 인사를 해야지

 

 



- 벗 님 -

 

 

최백호 노래 선곡을 잘 하셨습니다.
벗님 마음과 이 가을 노랑색과 잘 어울립니다.
갱년기 맞는 거 같습니다. 후후후...

최백호 음성은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듯 하죠?
ㅎ~

후훗~

가을 노랑색은 빤짝반짝 윤기가 흐르는데..

제 마음은 완전 우중충한 갈빛인 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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