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두 번째 기일 이른 아침..
잠결에 엄마가 부엌에서 일하시는 소리가 들린다.
집에서부터 감기 기운이 있던 것이..
엄마 집에 와서도 어제오늘 계속 끙끙 앓았다.
독감 예방접종을 받으신 후로 엄마도 감기기운이 있으셔서..
엄마랑 나랑 엄마가 지어오신 감기약을 나눠먹고 있다.
그래도 약을 먹고 나니 몸이 한결 가볍다.
조금 더 누워 뒤척이다 일어난다.
♥
엄마네 집에서 자고 일어나서 바라보는
거실풍경..
엄마네 집의 이 아침고요가 나는 참 좋다.
거실 구석구석엔
우리 딸들 어릴 적 사진이랑 손주들 사진, 엄마 아빠 약혼사진..
우리 가족들 사진이 놓여져 있다.
나 대학 졸업식 날..
학사모를 쓰시고 찍으신 울 아빠 모습도 보인다.
안방 앞 베란다 풍경..
밀양 텃밭에서 수확해온 호박이랑 고추랑 양파 옥수수 ..
갖은 작물이 널려있고..
볕 잘 드는 곳엔 울 엄마 아빠의 금지옥엽 외아들..
막내 태야에게 먹일 선식 재료..
요즘 머리숱이 자꾸 빠지는 막내아들을 위해서
검은콩이며 검정흑미 현미를 말리고 계시다.
저리 정성으로 말려서 12곡 곡식을 섞어 미숫가루를 만들어
아침마다 출근하는 아들에게 먹이신다.
술을 입에 대지도 못하시는 아빠의 체질을 닮아
딸 다섯도 거의 술을 즐기지 않는다.
해서 자기 집에 술이 선물로 들어오면
동생들은 저리 엄마네 집 벽장에다 장식처럼 가져다 놓는다.
어찌 사위들도 술을 그리 즐기지 않아..
정말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모이면 한 잔씩들 하지만..
거의 대부분 저 술들은 울 친정에선 장식용이다.
저 아래쪽 선반엔 엄마가 담그신 과실주들이 또 한가득이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술을 조금 즐기시는 울 엄마..
생전 수석을 취미로 하셨던 울 아빠..
시집 가는 딸들에게 거북이 모양의 수석 한 쌍씩을 주셨다.
거북이처럼 오래 무병장수하고 백년해로 하라며..
- 벗 님 -
이 그림들 ...
증말 아름답습니다
- sellad (세래드)
- 2015.10.17 07:58 신고
- 수정/삭제 답글
사위가 발품 팔아 직접 물푸레 나무 제기를
사왔으니 흐믓해 하시고 고마워하실 만합니다.
첫번째 사진
제 집 거실에서 바깥을 보고 찍은 사진과 비슷해서
놀랐습니다.~~^&^
비공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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