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아랫자락..
백양사 근처의 가인마을이라는 민박촌에 찾아든 우리가족..
제일 안쪽 산 아랫자락의 민박집에다 여장을 푼다.
아이들 곤히 자라 이르고..내남자와 난..야밤 산책에 나선다.
밤기운이 차 가디건으로 어깨를 감싸고 연인인 듯..
내가 괜히 설렌다.
마을 가운데로 작은 개울물이 돌돌~~흐르고
산으로 빙 둘러쌓인 움푹하고 소담한 민박 마을..
바로 앞의 민박집에는 시끌벅적~~웃음소리..소란한 말소리..
추측컨데..어버이날을 맞이하여 가족모임을 갖는 듯..
이 밤 깊고 산 깊어 적막한 곳에 사람의 말소리가 외려 반갑다.
너무 소란하긴 하였지만..
문득..낯선 곳에 아이들만 있는 것이 불안하다며 내남자가 돌아가자 한다.
아쉬움~~
아이들 잠들 동안 기다리다..까무룩~~
내남자가 산책 가자며 깨우는 소리가 아득한 곳에서 몽롱히 들려온다.
난 한 번 잠들면 바로 옆방에 불이 나도 모른다.
스무살의 어느날 실제로 그런 적이 있었다.
자쥐하던 집 안채에 불이 났는데 낮잠 삼매경에 빠진 난..
불 다 끄고 난 후에야..부시시~~
마당에 나가니..앞집..옆집..뒷집..자취생들이
양동이며 세숫대야를 들고 황망히 서 있던 모습..
그 날 앞집 남학생이 들고 있던 은색 세숫대야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각설하고..
그날 밤..야심한 내남자와의 야밤 데이트는 그로써 무산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른 새벽에 잠이 깨었다.
내남자와 아이들이 드르렁 쌕쌕~~잠자는 숨결소리를 뒤로 하고..
나 혼자 살며시 이불을 빠져나와 산책을 나선다.
어젯밤에는 사뭇 조용하던 앞집 개가 나를 보고 요란히도 짖어댄다.
5월의 새벽공기는 마침하게 산뜻하다.
산길의 풀꽃 하나하나..욕심껏 다 담고 산장으로 돌아오니..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은 여전히 쌔근쌔근~~ 내 기척에 잠이 깬 내남자..
"어디 갔다 와?"
"응..산책하구 왔어요."
"그럼 깨우지.."
원망과 아쉬움이 베인 목소리..
"피곤할 것 같아서.."
"그래도 깨우지.."
어젯밤에 못 다 이룬 산책이 못내 아쉬운가 보다..후훗~
'이 아침에 어쩌자구..? 아침 산책 별루 즐기지도 않으면서..'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