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River Valley-Connie Francis
여고 때부터 지천명을 코앞에 둔 지금까지..
내 머리 스타일은 거의 한결같았다.
중간 중간 올백을 한다든지
짧은 숏컷에 뽀글파마를 한 적도 있었지만..
결국 지금의 이 머리 스타일로 돌아오곤 했다.
물론 젊은 날엔 웨이브 없는 긴 생머릴 고수하다가..
불혹을 넘기면서부터
지금의 웨이브펌 스타일을 하기 시작한 거 같다.
당분간은 계속 이 헤어스타일을 유지할 생각이다.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빗질도 드라이나 고대기도 하나 필요치 않다.
샴푸하고 고대로 말린 후..
손가락으로 쓱쓱 정리하고 헤어에센스를 살짝 발라만 주면
끝..
드라이를 하지 않아 살짝 물기젖은 머리카락은
센타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바람과 햇살이 적당히 말려주니 ..
그리고 약간 젖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풀거리며
내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그 촉촉한 느낌이 너무 좋으니..
♥
울 엄마는 긴 머릴 좋아하셨다.
해서 난 어려서부터
엉덩이 부근까지 찰랑이는 긴 머리 스타일이였다.
엄마는 항상 말씀하셨다.
이마가 봉긋하고 두상이 예뻐
맘보머릴 묶으면 참 예뻤다고..
맘보머린 일명 포니테일 머리라고..
하나로 높이 올려묶는 스타일을 말한다.
어느 하루..
서울 사는 이모가 오셨고..
엄마는 나를 데리고 가서 파마를 시켜주라고 하셨던 모양이다.
서울멋쟁이던 울이모..
동네 어느 파마 해주는 집에 가서
내 머릴 뽀글뽀글 파마를 해주었는데..
시장에서 돌아온 울 엄마..
내 머릴 보고 까무러치실 뻔 하셨다고..
긴 머릴 싹둑..완전 숏컷으로 짧게 잘라..
요즘 말하는 뽀글이 파마를 해버렸던 것이다.
난 아직도 그 날의 그 순간이 기억난다.
울 엄마가 내 짧아진 뽀글머릴 보시며 기암을 하시던 표정과..
이모에게 애 머릴 왜 이리 만들어 놓았느냐고..
타박하시던 그 순간이..
그 이후 쭈욱 긴 머릴 고수하다가..
6학년 때인가 ..
체조감독님께서 운동하는데 걸리적거린다고..
우리 체조부 여학생들 일곱 명을 미장원으로 데리고 가셔서는..
일제히 숏컷으로 자르게 하셨다.
미장원 언니가 내 머리숱이 하도 많아
가발 만들어도 되겠다고 하시던 기억이 난다.
그 날도 엄마는 내 짧아진 머릴 보구 기암을 하셨다.
그렇게 중학교 가서는 그 당시 귀밑 2센티미터의 단발머리..
그러다가 중 2 때..
다시 체조를 시작하면서 우리 체조부들은
운동하기 간편한 숏컷을 해야 했다.
주변의 단발머리 친구들과 다른 헤어스타일이..
처음엔 특혜받은 듯 우쭐한 기분도 들었지만..
나는 단발머리의 평범한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고..
그렇게 평범해지고 싶었었다. 참 간절하게도..
여고 1학년 때..
교복자율화와 두발자율화가 시행되었다.
처음엔 울 엄마가 어려서부터 해주시던 올백의 긴 생머릴 유지하다가..
그 당시 우리 소녀들의 로망이였던
소피마르소나 피비케츠의 머리스타일이 너무 해보고 싶었다.
엄마에게 앞머릴 잘라달라고 조르니..
넌 올백스타일이 어울린다고 일축하셨다.
어느 날 늦은 저녁..
거울 속의 내 모습을 요모조모 살펴보다가..
난 가위를 들고 내 앞머릴 과감하게 싹둑..
다음 날 학교에 가니 친구들의 반응이 꽤 좋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소피마르소 같다는 친구도 더러 있어
대만족이였다.
그날 이후로..
난 내 앞머릴 내가 다듬곤 한다.
지금도 미장원 가기 싫으면 가위 들고 내가 내 앞머릴 다듬곤 한다.
딸 둘을 키우면서 아이들 머리는 줄곧 내가 자르거나 다듬어 주었다.
그래서인지..
울 쏭이도 우나도 미장원 가면 자기들이 원하는 스타일이 안 나온다고..
지들 앞머리..간혹은 뒷머리까지 지들이 혼자 다듬는다.
그리고 대학 가서는
엉덩이 부근까지 치렁한 긴 생머릴 4년 내내 고수했었다.
긴 머릴 찰랑이며 캠퍼스를 걷노라면 뒤따라와
시간 있냐며..차나 한 잔 하자며..
추근대는 남학생도 더러 있었고..ㅎ~
그러다가 대학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나는 미장원에 가서 긴 생머릴 싹둑 숏컷으로 잘라버렸다.
졸업식에 오신 울엄마..
날 정면으로 보고도 못알아보셨다.
내가.. 엄마..하고 부르니
그 날도 기암을 하시던 울 엄마..
"야야..머릴 와 이래 짧게 잘랐노??"
그러나 내남잔..
그날 졸업식날 본 내 짦은 숏컷머리가
내 평생에 가장 예뻤노라고..
요즘도 틈만 나면 머리 짧게 쫌 잘라보라고..
그러나 난 거의 평생을
저 사진 속의 헤어스타일을 고수해오고 있다.
길이가 좀 길어지거나 짧아지거나..
더러 웨이브였거나 생머리였거나..
그 정도의 변화만 있었을 뿐..
난 지금의 내 헤어스타일 좋다.
아마 당분간은 이 헤어스타일을 고수할 것이다.
다만 세월이 흘러..
어느 날엔가는 이 머리가 어울리지 않는 나이가 되면..
그땐..또 나이에 맞게 짧아지거나 뽀글파마를 하거나..
그리 되겠지.
흘러 가겠지.
- 벗 님 -
예쁜 사람은 머릴 어케해두 예쁘다는...
날은 우중충 하고
몸은 끈적이고
씻으려다 누워선
늘 새댁같은 벗님 요리조리 뜯어보고
사진에 글만으로도 익숙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고..
신기해요. 아니, 이건 신비!
- sellad (세래드)
- 2015.07.09 08:52 신고
- 수정/삭제 답글
그 당시에는 모든 남자의 로망이 긴 머리 소녀랑 데이트 해보는 것이엇지요
바람결에 날리는 긴 머리카락
그 자체만으로도 환상적이었으까요
긴 머리
참 잘 어울립니다
지금머리만 보아서인지 참 잘 어울리는것 같아요...^^
저 역시 고지식하여 여직 살면서 뽀글파마 한번 해보았는데 그 다음날 스트레이트로 풀었던....
그리곤 평생 이 스타일 벗어나 본적없는....
ㅎㅎㅎ
벗님의 글을 읽다가 생각났어요
초등학교때 긴머릴 싹뚝~ 잘랐는데
학교를 못가겠다고 울었던 기억이....
등굣길에 친구들이 왔는데도 안간다고 떼를 썼던...
ㅎ~
후로 그 긴머리는 버리지를 못하고
옷장 깊숙이서 잠을 자고 있었던.....
참고로
저도 앞머리를 비롯하여 두상을 중심으로는
제가 자르고 손질한다는...ㅎㅎㅎ
미용실 원장님 왈~ "굶어 죽게 생겼다네요..."
지금 헤어스타일은 잘....
어울리는것같은데요~~
워낙에 미인이시니...ㅎ
나도 가끔은 숏컷하고 보이시한 여자들이 좋더라~~
멋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