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우나 이야기

백지시험

by 벗 님 2009. 12. 10.

 

 

 

 

 

 

내일은 아이들 기말시험이다.

어쩌다 보니 우나랑 쏭이가 한날에 시험을 본다.

그런데 중3짜리 우리 우나는기말시험 준비를 도통 하지않는다.

이미 내신을 다 따놓았기 때문에 기말공부가 무의미하다며..

수학문제집이랑 트와일라잇 영어소설만 파고들고 있다.

우리 우나는 영어를 싫어한다..대따..

우리 우나는 수학을 좋아한다..엄청..

 

우리 우나가 유일하게 사달라고 조르는 책이

수학문제집이랑 감명 깊었거나 멋진 남자주인공이 나왔던 영화가 소설로 나온 책들이다.

우리 우나는 수학을 무슨 놀이하듯 좋아라 한다.

책상 위에는 늘상 수학문제집이 펼쳐져 있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더 재미나다고..

어떤 날은 한 문제를 30분씩이나 붙잡고 있다길래..

해설집을 보라 하니..

그냥 혼자 풀고 싶다고..그런 일련의 과정을 은근 즐긴다.

 

참 신통하다. 수학공부를 저리 재미나 하니..

가끔 영어가 대세인 세태에 맞춰 수학을 좀 덜 좋아하고

그 수학에 대한 애착만큼 영어를 좋아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나만의 바램도 가져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은 그래도 영화소설을 원어로 읽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원어소설을 읽고 있으면.. 엣찌있고 폼나 보인다면서..

그런 우나의 모습이 귀엽고 대견하다

 

  

 

 

 

 

 

 

 

내일이 기말인데..수학문제집만 풀고 있길래..

내신을 다  따놓았다 하더라도 시험은 시험인데..

기말준비를 해야하지 않겠냐고..넌지시 말을 건네니..

 

"음~~~~엄마.. 나..내일..백지시험 낼까..생각 중이예요."

"전에부터 생각해 오던 건데 내 평생에 빵점 받아 보는 거..이번 기회 밖에 없을 거 같아요."

 

순간 머릿속이 아뜩해지며.. 며칠 전 우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엄마..내겐 꿈이 하나 있어요"

순간 내맘에 환한 등불이 켜지며..

"그래?  무슨 꿈인데?"

"백지시험 내보는 거요.."

 

하도 기가 막혀..나는 그냥 농담이겠거니..해 본 말이겠거니..

지랄한다..콧웃음 치며 무심히 넘겨버렸는데..

우나는 진짜 실행에 옮길려고 마음먹고 있었다는 듯이

표정이 아주 진지하면서 결연해 보이기까지 하다.

어휴~~ 저걸 그냥~~

 

이젠 철이 들었겠거니 한시름 놓았더니..

어찌 저런 엉뚱한 발상을 ..어처구니없는 망상을 하는지..

일단 단단히 열받은 나로부터..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으며 된통 혼나고 나서야..

"왜 안돼요? 어차피 내신에 들어가지도 않는데.."

"뭐..알았어요. 다시 생각해볼게요."

'나참..누굴 닮았는지..???'

 

 

 

 - 벗 님 -

 

 

'♥사랑 > 우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크한 우나  (0) 2010.02.06
딸의 러브레터  (0) 2010.02.06
에피소드  (0) 2009.11.27
어쩌면 좋으니?  (0) 2009.10.31
딸의 반란  (0) 2009.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