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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편지- 미정에게

by 벗 님 2015.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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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빛만 보아도 널 알아

어느 곳에 있어도 다른 삶을 살아도
언제나 나에게 위로가 되준 너

늘 푸른 나무처럼 항상 변하지 않을
널 얻은 이 세상 그걸로 충분해


내 삶이 하나듯 친구도 하나야

 

 

 

 

1987년 8월 17일. 흐림..

 

 

 

 

 

 

 

 

 

 

미정아,

오랜만이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무척 오랜만에 너를 대하는구나!

우리 서로에게 미안하다는 말기로 하자!

다시 만날 때 솔직하고 다정한 미소로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노라면..

그동안의 공백은 어느새 우리의 웃음과 대화 속에 흡수 되어버리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테지..

언제나 너를 떠올릴 때면..항상 적극적으로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

그리고 우울했던 마음을 청명하게 씻어주는 너의 맑은 웃음소리와..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는 에쁜 마음씨..

 

 

 

 

만남 없이도 우리는 만날 수 있다. 얼마든지..

마음으로..

우린 그렇게 만나도 변함없는 친구가 되자!

바쁜 삶에 쫓기다 보면 깡그리 잊어버리기도 하다가..문득

고달픈 몸을 끌고 돌아누운 공간에서 허전한 가슴을 스치는 얼굴 하나..

아주 잠깐 스치고 마는 얼굴이 될지라도

누군가의 허전한 가슴 안에 잠시라도 자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

 

 

미정아, 건강은 어때?

제법 오랫동안 얼굴을 못 봐서 ..

가끔씩 수척해져 있을 것만 같은 네 모습이 떠오른다.

나란 존재가 너에게 아주 작은 기쁨이라도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

실제 상황은 어떠하든 소중한 것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한 사람이 가끔이지만 내 생각을 해 준다면..

냉랭한 거리를 걷더라도 얼마나 든든할까..

 

 

 

 

그래, 아주 작은 일에서도 우린 커다란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요즘은 내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생각할 여유가 없다.

오직 최대한으로 엄마, 아빠, 동생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어떠한 일을 해야 한다는 마음..

지극히 자연스런의무조차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때론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자쥐방에 있으면 나만 홀로 편안한 곳에 있는 듯한 죄책감이 든다.

내 가족들조차 진실로 사랑하지 못하는 내가..

어떻게 타인을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그건 위선이란 생각이 든다.

 

8월달..방학 내내 울산에서 지냈지만..

며칠 후 캠퍼스로 올라가려고 하니 마음이 무겁다.

그만큼 내 가족들에게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내 넋두리만 했구나..

미정아, 너의 얘기들을 듣고 싶구나!

어서 빨리 만나고 싶다!

 

 

 

 

 

 

일천구백 팔십칠년 팔월 십칠일..

 

흐린 날에..

 

숙..

 

 

 

 

 

- 스무살 일기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