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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육남매의 장녀라는 이름으로..

by 벗 님 2015. 3. 8.

 

1987년 8월 16일. 일. 소나기

 

 

 

 

 

 

엄마, 아빠, 랑이, 월이, 주야, 영아, 태야..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해야 할 내 가족들..

오늘도 나는 가족들의 품에서 어린애처럼 철없이 뒹굴었다.

내 몸에 흠집 하나 없게 내가 마음 놓고 구를 자리를 마련해주는 내 가족들..

그러나 하루를 다 구르고 밤의 정적 속에 안기면

내 가슴엔 아픔조차 느낄  수 없는 멍이 들어..뒤척이고 밤을 새운다.

 

아,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내 가족들을 위해서 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

그것은 어떠해야 하는 겐가?

 

 

 

 

 

 

 

 

 

집안 청소를 하고.. 가게를 쓸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집안 일들..

 

월이 공부를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

우리 태야..

방학숙제와 일기 쓰는 것도 제때 안해서 신경 쓰이고..

우리 영아..

자꾸만 가련한 울보..너무 착해서 너무 잘 울어서 걱정이고..

육남매의 다섯째에다 바로 밑에 남동생이 태어나는 바람에..

귀염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언제나 측은하고..

우리 주야..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하고..엄마 심부름은 도맡아서 하고..

언니 생각 많이도 해주고..

착한 내동생들..

이런 동생들에게 아무 것도 못해주는 나자신이 밉고 싫다.

 

 

 

 

 

 

 

 

 

선풍기 시간조절은 해놓고 자는지..

모기향은 피웠는지..

잠자는 동생들 모기 물린 곳 찾아 물파스 발라주고..

그리고 월이 공부 봐주느라 내 일은 손도 댈 수가 없다.

실제 아무런 도움도 주지도 못하고 있으면서도..

매일 내 머릿속을 파고드는 생각은 월이를 어떻게든 도와줘야겠다는 마음..

하여튼 제일 걱정이고 불안하다.

벌써 사랑땜에 고민하고 아파하는 월이..

그런 흔적을 낡은 노트에서 읽어버린 나는..어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벌써 기다림을 배우고 아픔을 알고 그리움을 쌓고 있다니..

얼마나 힘들까?

랑이는 걱정 없다.

이 언니보다 훨씬 현명하고 충실하게 사랑하고 살고 있으니까..

 

 

 

 

 

 

 

 

 

 

 

 

 

 

 

 

우리네 삶은

이렇게 고통이고 눈물이고 때론 의무이어야 하는 것일까?

 

때론 모든 일 제쳐 놓고 오로지

나의 현재와 나의 미래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싶고..

내가 하고 싶은 공부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지만..

이것은 언제나 부차적인 문제가 될 뿐이다.

 

내게 보다 소중한 것은 언제나 나의 가족들이기 때문이다.

 

 

 

 

 

 

 

 

- 스무살 일기 中 -

 

♬~~할미꽃- 박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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