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나가 알바월급을 탔다며 한 턱 쏘겠단다.
요즘 젊은 애들이 좋아하는 레스토랑인데
엄마랑 한 번 오고 싶었다며
나랑 쏭이를 데리고 온..
Seoga & Cook
♥
우나 알바 마치는 시간에 맞추어 웨돔으로 나왔다.
날이 꽤 추웠다.
목도리를 두르고 오지 않은 쏭이가 추울까 봐 신경 쓰인다.
레스토랑 입구에는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린다.
주로 20대의 젊은 층들이 연인끼리 혹은 친구들이랑 함께 온 경우이고..
가족들끼리 오붓이 온 경우도 더러 눈에 뜨인다.
목살스테이크랑 까르보나라를 주문한다.
한 접시가 기본 2인분인데..
셋이서 4인분을 게눈 감추듯 후루룩~~
이거 딱 엄마스타일이라며..
곰살맞은 쏭이는 한식보다는 양식을 선호하는
이 엄마의 취향을 파악하고 있다.
딸이 사준 거라 그럴까..
최근에 외식한 것 중에 최고로 맛난 식사였다.
맞은 편에 앉은 딸들을 폰에 담는다.
까칠하던 쏭이도 사춘기를 넘기고 부쩍 철이 들었고..
우나도 이젠 성인티가 나려 한다.
내 품 안에서 파닥이던 아기새들이
이젠 자기만의 날개짓으로 나래를 친다.
그런 딸들이 대견하기도 서운하기도 하다.
걱정꺼리가 하나 생겨..
나는 또 3일을 딩굴었었다.
센타도 나가지 않고..
엄마 얼굴이 왜 그리 부었냐며 우나가 걱정을 한다.
만사가 귀찮아서 그렇다고..
내 고질병이다.
가끔 대책없이 가라앉곤 한다.
딸들 덕분에 이렇게 젊은 분위기에서 식사도 하고..
웨돔거리 쇼핑도 하고..
조금 컨디션이 회복된다.
무엇보다 의정부 화재 소식이 나태한 나에게 채찍을 가한다.
이 엄동설한에 모든 것을 잃고 망연해 있을 사람들..
참 이기적이게도 나는 그들이 처한 불행한 현실을 보며..
나의 현재를 위안한다.
" 그래도 넌 얼마나 행복한거냐고.."
참 나쁘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