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2월 21일..흐린 뒤 맑음..
쭉 뻗은 한 갈래 길에서
서로 반대편으로 등을 마주하고 망연히 발걸음을 옮기며..
나는 생각했다.
같은 길 위에서도 우리는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떠나야만 한다는 것..
아무리 사랑해도 결코 내 인생보다는 더 소중할 수 없다는 이기와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사랑..이별..슬픔..
그리움..
눈물..
속절없는 감정의 사치에 불과한 것일까?
왜 멀어져 가는 버스가 나를 울리고 마는 것일까?
그 버스 안에 눈물나도록 한 그 누구가 있기 때문일까?
처음으로 진정한 이별을 만났기 때문이였을까?
또 다시 외로워야 한다는 사실이 무서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믿음이 없는 만남은 괴로운 것이지만..나는 안다.
약한 인간이기에..손가락 걸고 하던 순수한 약속을 쉽고도 무심하게
깨트리곤 한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믿지 않았고..않을 것이다.
이 또한 우리네 사람의 나약과 비굴이지만 ..
그래서 고뇌하지만..
신념 위에 흩어진 깨트림은 너무도 크낙한 고통이 되고 말테니..
<사랑한다> < 결혼하자 ><좋아한다. 너하나만..>
온갖 달콤한 밀어들을 나는 항시 거부해버렸고 무시해버렸다.
이러한 언어들은 일순간 타오른 깨끗한 감정의 소산이였을 뿐..
아무데서나 발하는 남자의 욕정처럼 ..그렇게 허무한 것이였고 ..
이제는 지나간 그 언어들 위로 한 겹 두 겹..
자욱한 먼지만 쌓여가고 있기에..
그러나 이제껏 내 앞에서 웃고 말하던 넌 분명 진실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너나 나나..
우린 어찌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기에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고..
너는 내가 가장 슬프게 생각하는 권력 명예 부를 청춘의 목표로 삼고 있기에..
나는 네가 그 위에 밟고 올라설 디딤돌조차 될 수 없음이 슬프고..
더욱 슬픈 것은..그러한 너..
그러나 꼭 이뤄야겠다는 목표가 있고..
독한 마음으로 남을 울리면서까지라도 도달해야만 하는 이상이 있다면..
그런대로 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고..
나름대로의 삶에 충실한 사람이기에..
미워함보다는 이해를 보내야 하겠지..
하지만 나는 그러한 사람으로 인해 더 이상 울고 싶지 않다.
아~
지금 이렇게 고여오는 눈동자의 쓰림과 가슴에 젖어드는 아픔은 ..
무엇으로 인한 애매함이란 말인가!
낭비해버린 마음을 이제사 아꺼야 하나!
♡
아~ 우린 모두가 외로운 존재들인데..
내 마음과 눈물을 아낄수록..외로움은 커져만 갈텐데..
단 한 사람을 이해하기가 이토록 힘든 세상에..도대체..
얼마나 크고 깊은 마음으로 살아야 ..진실로 ..
남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가 있을까..
<스무살 일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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