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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비 그리고 햇살

by 벗 님 2014. 9. 21.

 

 

 

87년 2월 12일.목비 그리고 햇살..

 

 

 

 

 

우리 영아 생일이다.

그리고 정월대보름날이고..네가 가는 날이다.

너를 뒤에 남겨둔 채..나는 도망치듯이..

나를 숨기기위해 무작정 헤매다녔다.

차마 너를 조금이라도 괴롭게 하고 싶진 않았는데..

 

이젠 내게 ..너를 언제나처럼 대할 수 있는 그러한 마음이 없다.

너는 왜 그렇게 나약한 인간이고 마는 걸까?

언제나 나는 그러한 네가 슬펐고..원망도 스러웠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네 모습을 보았다.

 

내 방에 돌아오니 6시 5분..

너의 쪽지를 보고 달려나가 보니..막 버스에 오르는 네가 보였다.

그러나 나는 또 나를 숨겼다.

아무리 생각해도..너에 대한 미움의 감정이 사그라지질 않는다.

 

 

 

 

 

 

 

 

나란 아이의 초라함을 감춰버리고만 싶다.

눈물도 흐르지 않았다.

인간의 추함과 이기심에 대한 가슴 떨리는 분노를 삼키며..

내곁을 지나치는 사람 하나하나가 다 추해보였다.

 

너는 이미 지난날의 네가 아니다.

어느덧 사회물을 먹고 부패해가는 꿈틀거림일 뿐이다.

네 가슴 속에 순수와 이상과 진실이 얼만큼이나 남아있을지..

매번 냉정할 수 없었던 난..

그만큼 네가 아파할까봐 ..망설이고..

그러다가 결국 울어버리고..그리곤..

많은 것들을 체념해보곤 하였지.

 

여자의 행복을 하나씩 체념해 가는 나란 아이가 ..

조금은 가련하다는 생각이 안들어?

 

 

 

 

 

 

 

 

 

 

 

 

 

 

넌..왜 나를 그렇게 서글프게 만들고 마는 걸까

 

왜? 우리 만남은 좀 더 높고 귀하고 순수할 수 없는지..

 

만날 때 마다 나는 너를,.너의 모든 것을 믿고 믿었다.

 

어찌 생각하면 모든 게..

 

내 보잘것없음으로 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좀 더 빨리 나는 날개짓 했어야 했었는데..

 

겨울날처럼 차가울 줄도 알아야 했었는데..

 

 

 

 

 

 

 

귀퉁이글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단 한 번 네 눈을 보기만 하면..

단 한 번 네 얼굴을 보기만 하면..

내 마음은 괴로움의 흔적이 사라진다.

 

 

 

 

 

 

 

 

 

 

 

 

1206

 

♬~~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얼마나 그리우면 꽃이 됐나

 

 

 

 

-스무살 일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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