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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오후 늦게 비

by 벗 님 2014. 9. 21.

 

 

87년 2월 10일. 화. 오후 늦게 비..

 

 

 

 

 

 

네 발표날이잖아.

올 것만 같아 기다렸다.

울산에 있는 줄 알고 있겠지만 ..

그래도 행여 네가 올 듯도 하였는데..

 

도서관에 앉아..지난날처럼 네가 내 어깨를 툭 칠 것만 같았는데..

떨군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순간..

착하게 웃는 네 모습이 내 두 눈 안에 가득 차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반틈이나 넘게 지나버렸다.

꼬박 6시간을 꼼짝 않고 도서관에 앉아 공부에만 전념했다.

 

난 이제 정말 강해진다.

쉼없이 6시간을 공부하면서 별다른 인내는 내게 필요하지 않았다.

단지 온 정신을 집중하여 내가 지금 하고있는 일에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잡념은 일체 들여놓지 않고서..

 

그래도 꽉 찬 머리를 들어 숨을 돌릴 때는..

너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만남은..길고 긴 이별 후가 좋을 듯 하다.

네가 좀 더 크고..나는 마니마니 큰 후에..

 

그러나 기다려진다.

 

보고싶다.

 

아! 이제야 네가 진실하게 보고파진다.

 

때때로 추억 속에서 네가 그리웠지만

그다지 절실하지 않았고..

그저그렇게 내 하루의 일과 속에 묻혀버렸다가..

밤이면 살짝 고개드는 존재였었는데..

 

 

 

 

 

 

 

 

 

 

 

 

 

 

우린 결국 어찌 될까?

 

삼류소설의 주인공들처럼 통속한 이별을 하고 마는 걸까?

 

너무 젊기에 우린 사랑같은 건 하지 말았어야 옳았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사랑이였다고도 말하지 말자.

 

단지 네가 보고싶고..

 

떠오르는 너와의 날들이 행복했고 소중했다고..

 

느끼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되도록 아픈 기억은 지우려 애쓰고 ..

 

아름다웠던 일들만 생각하기로 한다.

 

행여..네가 원망스러워질까봐 싫다.

 

 

 

 

그냥 그대로..

 

넌 착한 아이였고..

 

나를 위해주고 사랑해주던 아이로만..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 윤정하  /  찬비

갈 사람 가야지 잊을건 잊어야지 찬비야 내려라 밤을 새워 내려라 그래도 너만은 잊을 수 없다

 

너무 너무 사랑했었다

 

 

 

- 스무살 일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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