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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사랑으로부터의 도피

by 벗 님 2014. 9. 28.

 

 

1987년 2월 14일. 바람..발렌타인데이..

 

 

 

 

 

세상이 적막하다.

 

무엇이 내 가슴에 이렇게 커다란 구멍을 뚫어 놓았을까?

이 외롭고 수줍고 나약한 울보에게

세상살이의 설움과 두려움을 하나씩 깨쳐주고 있는지..

 

엄마, 아빠, 내동생들이 있는 곳으로 ..

그 따스한 품 속으로 포옥 잠기고 싶다.

오늘따라 유달리 집이 그리워지고 세상이 암담해진다.

나 홀로 서기엔 이 땅덩어리가 너무 가파르다.

어딘가에 의지하고 그렇게 서로의 받침대가 되어주고..

신뢰의 기둥이 되어 서로를 받쳐줄 누군가가 절실하다.

 

 

난 왜 몰랐을까?

 

왜 아무도 내게 이 세상의 참모습을 가르쳐주지 않았을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이 차가운 현실 위에..

무서운 세상 속에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움츠리고 떨면서 그래도 초록빛으로 순수하고자 하였고..

슬픔과 아픔을 고스란히 받아먹으면서 진실로 한 아이를 사랑하려고 했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남녀의 애정이 결단코 아니다.

그러한 감정이라면 난 벌써 너를 멀리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들은 나의 허영에 불과했다.

 

 

 

 

 

 

 

 

 

나는 낙엽처럼 뒹굴었다.

 

그러다가 결국 내 모습의 실체를 느끼게 된다.

초라해진 내 모습이 그 누구의 탓이라고는 말 할 순 없다.

모든건 나의 나약하고 어리고 수줍은 마음 탓이였을 뿐..

그 아인..그저 평범한 한 남자에 불과했을 따름이고..

나는 이상에 젖어 현실을 흡수하지 못한 모순된 저능아였을 뿐이다.

철저히 현실 속에 흡수되든지..

아니면 이상의 완벽한 순수를 지향하고 행해야 했을 것을..

 

어중간하게 떠돌다..이제는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채..

멍하니 허공만 응시하고 있다.

 

낮이면 눈을 감아버리고 밤이면 눈을 뜨는 나는..

밝음이 싫다.

밝은 햇살처럼 환한 미소를 얼마나 소망하였던고..

그러나 이제 밝은 햇살 아래에서 웃을만큼 대담할 순 없다.

 

 

만남이 두렵다.

 

그래서 비오는 날..도피처를 찾아 헤매다녔다.

절대..두 번 다시..

나의 삶 안에 이성을 들여놓지 않을테다.

지난날 보다 더 든든하고 날카로운 가시담을 쌓아 ..

내 스스로 나를 보호해야만 한다.

나를 사랑하는 이성은 나의 적이다.

나는 그들을 경계해야 한다.

아~ 인간의 나약과 추잡함이 슬프다.

 

 

 

 

 

 

 

1210

 

♬~~

 

사랑아 왜 도망가 수줍은 아이처럼


바람이 분다 옷깃을 세워도
차가운 이별의 눈물이 차올라
잊지 못해서 가슴에 사무친


내 소중했던 사람아

 

 

 

 

 

 

 

 

 

 

 

 

 

 

모두가 외로운 존재이면서도 우린 왜..

외로운 사람 하나 진실하게 위로하는데 인색하기만 한 걸까?

 

자기 하나의 외롬만 알고..

자기 하나의 슬픔만 생각하고..

자기 하나의 아픔만 괴로워하는 이기적인 세상..

그러한 세상을 호흡하고 있는 난..

그 어느누구보다 이기적이고 어리섞은 아이다.

 

 

조금은 옛날..

나는 진정 외로운 아이였다.

그땐..진실로 순수하도록 외로왔었다.

별 우정 눈물..

아~그토록 밤의 시간을 헤매며 울부짖어 찾아 소망하던

순수한 열정이 그립다.

아마도 그땐..진실로 누군가를 사랑했음에 틀림없다.

 

 

 

너무너무 사랑했다.

 

별처럼 사랑했고 눈물처럼 그리운 너였다.

얼마나 깨끗했던 너에 대한 순정이였던가..

아~그러나 나도 이젠 잃어버린 아이가 되어가고 있다.

모든 걸 잃어가는 나는 슬프다.

더우기 티끌 묻은 슬픔이라..

이 슬픔마저 부끄럽다.

 

 

 

 

 

 

- 스무살 일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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