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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살림 이야기

김장하던 날

by 벗 님 2013. 12. 2.

 

 

 


김장을 했다.


내남자랑 나랑..마침 학교수업이 없는 우나랑..
전날 저녁 70포기가 넘는 배추를 둘이서 쪼개고 다듬어서 소금에 절여놓고..
늘 그렇듯이 우리 둘이는 소소한 의견차로 또 투닥투닥 거리고..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찹쌀풀 쑤고 엄마가 주신 멸치액젓 달이고..

홍갓이며 미나리 쪽파 다듬고 씻고..
김치속에 들어갈 갖가지 양념 까고 빻고..
그동안 내남잔 밤새 절여진 배추를

씻어서 건져올리는 것을 전담했는데..

그렇게 배추 씻어 물기만 빠지면 버무릴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두고..
나 춤추고 금방 올게요..하구 센타엘 다녀왔는데..
세상에나..그때까지 배추를 씻고있는 내남자..
이른 아침부터 씻기 시작했는데 내가 집에 온 시각이 오후 1시..
도대체 배추를 몇 시간이나 씻고 있었단 말인지..!@#$^&*

 


예전에..

그렇게 밤새 절여놓은 배추를 얼마나 뽀드득쁘득 씻었는지..
결국 배추가 다 짓물러서..

몽땅 쓰레기통으로 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 해 김장은 결국 못하고 여기저기서 얻어먹었던..

악몽이 문득 되살아났다.

배추에 간도 밍밍하고..

더러는 배추가 다시 살아서 도망가게 생겼지만..
어쩌랴.. 양념간을 조금 쎄게 해서 버무릴 수 밖에..

결국 싱겁긴 하지만..

왠지 이번 김장은 그래도 맛깔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든다.


제발..맛나게 익어가길..

 

 




 

 

 

 

 

 

 

 

 

 

 

시어머님께서 농사 지으신 배추..

올해는 가물어 배추농사가 잘 안 되어..

배추가 속이 덜 차고 통도 작았다.

배추가 너무 야들야들 해서 베란다에 며칠 두면..

그냥 짓무를 것 같아..

쏭이 시험기간이지만 김장을 감행하기로 한다.

 

최대한 쏭이 공부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전날..내남자랑 둘이서 배추를 절여놓고..

다음날..쏭이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에 얼른 마무리하기로 하고..

 

늦잠에 빠진 우나 깨워서..

내남자랑 나랑 우나랑 셋이 김치를 버무린다.

 

 

 

 

 

 

 

 

 

 

 

 

 

하교한 쏭이가 뚝딱 차려온 밥상..

 

 

 

김장이 거의 다 마무리되어갈 무렵 학교 파한 쏭이가 귀가했다.

김장 하느라 파김치가 된 우리 셋..

쏭이는 얼른  주방에 가서 뚝딱 한 상을 차려온다.

 

우리 식구는 김장김치 쭉쭉 찟어서 계란후라이랑 참기름 듬뿍 뿌려..

커다란 양푼이에 쓱쓱 밥 비벼 먹는 걸 좋아한다.

 

삼겹살에 된장찌개까지 어느 틈에 뚝딱 한 상 차려왔다.

여튼 내 딸이지만..

요리 솜씨만큼은 여느 가정주부를 능가하는 울 쏭이..

솔직히 고백컨대..

음식솜씨는 울 쏭이가 나보다 낫다.

 

정성도 맛도..이 엄마를 능가한다.

 

 

 

 

 

 

 

사랑을 알 때     시-이상은     말, 곡, 노래- zzirr  

 

http://blog.daum.net/zziirr/8070067

 

 

 

 

 

 

 

 

 

 

 

 

 

 

 

막내제부가 아빠께 사준 스마트폰케이스 구입하려고..

아빠랑 홈플러스 간 날에..아빠폰으로 찍은 셀카..

 

 

 

 

그렇게 김치냉장고를 그득  채우고 나니..마음이 푸근하다.

 

우려했던 대로 김치가 좀 싱겁긴 하지만..

아빠 생전에 딸들 김장용으로 투병 중에도 엄마랑..

어느 바닷가에 까지 가셔서 직접 공수해 오셨다는 ..멸치젓..

엄마가 가르쳐주신 대로..

온 집안에 멸치젓갈 냄새 진동을 하도록 팔팔 끓여서

건더기 망에 걸러내고..

 

늘 까나리액젓이랑 새우젓만 사용했었는데..

올해 김장은 그렇게 아빠의 정성이 담긴 멸치젓갈로 담궜다.

 

아빠의 멸치젓갈 때문이였을까..

배추 절이기는 실패했지만 간간한 멸치액젓 덕분에..

김치에 감칠맛이 돌아 싱겁긴 해도 김치가 참 맛깔나게 되었다.

 

 

김장김치 꺼내어 먹을 때 마다..울아빠 생각이 날 것 같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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