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타고 울산친정 가는 길에 찍은 셀카입니다.
살짝만 웃어도 눈가에 잡히는 잔주름..
이제 나이는 어쩌지 못하나 봅니다. ㅠㅠ
기차여행을 한다는 약간의 설렘이 있었지요.
예전엔 비둘기호..통일호 ..무궁화호..
그리고 또 하나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젠 간이역마다 쉬어가던 비둘기호나 통일호는
추억 속의 열차가 되고 말았나 봅니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내남자가 군엘 갔어요.
입대 전날..기다려 달라..는 그 흔한 한마디도 하지 않고 떠났죠.
아니..자기보다 좋은 사람 있으면 가라..그랬던 것 같아요.
나는 그 말이 못내 서운해 자취방에 돌아와 서럽게 울었어요.
그러나 ..가라..는 그 말 속에..
기다려 달라는 말보다 더한 간절함이 담겨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죠.
공군에 자원입대한 내남자..
해운대수영비행장 공군헌병으로 자대배치를 받았어요.
대구에서 기차 타면 2시간 정도의 거리지요.
지금은 마니 짧아졌다고들 하는데 그당시 공군복무기간은 35개월..
그 35개월 복무기간 동안에 내가 34번 면회를 갔었다고 하더군요.
한 달에 한 번 꼴로 면회를 갔었나 봐요.
그리고 공군들은 한 달에 한 두번 외박이 가능했지요.
고무신 거꾸로 신을 틈도 없었어요.ㅎ~
그렇게 해운대로 내남자 면회를 갈 때마다..
나는 통일호 기차를 타고 갔었지요.
간혹은 비둘기호를 타기도 했구요.
설렘을 안고 면회를 갔다가 속울음 울면서 돌아오던 기차 안..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내 스무 살의 사랑은 꽃길이라기 보단 가시밭길이었던 것 같아요.
스무 살 풋내기사랑이란 게.원래 그런 거였던 걸까요?
아프고..고통스럽고..눈물이고..그런 거였던 걸까요?
어쩌면 스무 두살의 남자도 스무 살의 여자도 사랑엔 미숙아여서..
그렇게 미숙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그랬었던건가 봐요.
그 또한 사랑이라서..
34번..
면회를 오고가는 동안에 나를 실어주던 통일호 열차..
추억하면..그래도..
그 통일호 열차는 내 아름다운 청춘의 추억이고
사랑이고 낭만이어요.
기차여행 하고 싶네요.
KTX같은 거 말고..
간이역마다 쉬어가는 비둘기호나 통일호 열차 타고..
어디든.. 어디로든..언제까지든..달려가 보구 싶네요.
공군헌병이였던 내남자..
♬~
이등병의 편지-김광석
- 벗 님 -
34번 면회를 가시다니
그 열정
놀랍습니다
그런 열정어린 사랑이 있었기에
오늘 같은 잉꼬부부가 되실 수 있었겠지요
고운 사랑
오래오래 ㅡ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