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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모놀로그/☎독백1

희고 순결한

by 벗 님 2014. 4. 20.

 

 

 

 

 

쏭이방 베란다창은 서향이라

늦은 오후에라야 빛이 들어온다.

그래서 늘 해가 길게 눕는 시간에

베란다창을 열어 환기를 시키곤한다.

 

쏭이방 아래 화단에 목련나무 한 그루가 있다.

서향이라 그늘이 져서 그런지 유독 늦게 꽃을 피운다.

친구 목련꽃들 다 질 무렵에야

봉오리를 모으고 꽃망울을 터뜨린다.

 

비록 지각생처럼 때늦게 피어나지만..

유난히 탐스럽고 유난히 순백한 흰빛깔을 지녔다.

 

 

 

 

 

 

 

 

 

 

 

 

 

 

 

 

 

 

 

 

 

 

 

 

 

1128

 

 

 

May It Be/ Enya

 

그대 앞길을 환히 밝히는

빛나는 저녁별이 되게 하소서
암흑이 드리워질 때

그대 가슴에 진실이 녹아들게 하소서
외롭고도 외로운 길을 걸어서
그대 고향을 떠나 얼마나 먼길을 왔던가

암흑이 다가와도
믿음으로 나아간다면 길을 얻을 것이오
암흑이 드리워져도
그 약속은 그대 안에서 살아서 움직이리니

어둠 속 망령들의 외침을 떨쳐버리게 하소서
낮같이 불 밝히는 그런 여정이 되게 하소서
암흑이 압도할지라도
그대 태양을 찾아서 일어서게 하소서

 

 

 

 

 

 

 

 

 

 

 

 

 

 

 

 

 

 

 

 

 

 

이제는 다 져버린 목련꽃 사진을 걸어두고..

저 하얀 목련 순결하게 피어나던 날을 떠올린다.

하얀 꽃등처럼 유난히 환하고 탐스러워..

나도 딸도 이 목련나무를 유독 좋아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때늦게 피어났지만..

이미 져버린 다른 어느 목련보다 희고 순결한 꽃을 피웠다.

 

 

살아 꽃을 피운다는 것은 꽃에게 얼마나 고귀한 사명일까..

저렇덧 봉긋이 부푼 희망을 품었을 때..

얼마나 많은 꿈과 소망을 저 봉오리 안에 피우고 있었을까..

 

저 목련꽃은 내년에도 피어 우리 쏭이방 앞의 뜰을

하얀 꽃등으로 밝혀줄테지.

나는 또 오며가며 늦게 피어도 유난히 탐스러운 꽃에게

온통 마음 빼앗기겠지.

 

 

그러나..

 

 

 

 

 

이런 참극..이런 비극..이 또 있을까..

 

꽃은 피고 꽃은 지고..꽃은 다시 피어난다지만..

 

다시 피어날 거란 희망의 끈을 끝끝내 놓고싶지 않구나.

 

믿고 싶지 않다.

 

꿈이라면 좋겠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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