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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나 하나만의 내가 되고싶다

by 벗 님 2014. 3. 9.

 

 

87년 1월 26일. 월.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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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난 무엇을 위해 만나야만 했을까?

너와의 만남을 감사할 수도 그렇다고 원망할 수도 없는 난..

이제 어느 모퉁이에서 나를 잃어버리고 헤매이게 될까?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이렇게 서있는 것도 운명이라면

조금은 슬픈 운명인 듯도 하다.

 

왜 한마디 변명조차 변변히 하지 못하고

나는 그렇게 울어버려야 했을까?

 

 

<중략>

 

 

 

 

 

 

 

넌 아팠던 과거를 지녔기에 애처러운 사람이였다.

어떻게 나란 존재가 채 아물지 않은 상처에 또 다른 아픔을 줄 수 있었을까?

난 절대 그럴 순 없었단다.

그것이 지금 내게 돌이킬 수 없는 후회가 되어 가슴에 저며든다.

 

그러나 돌이켜보건대..

너와의 만남의 순간순간들이 또다시 반복되어진다 해도

나는 또 그렇게 어리섞고 나약한 존재일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그때..그 순간에.. 냉정히 돌아서버렸더라면..

지금 내모습이 이토록 초라하지는 않았을거란 미련도 씹어본다.

씁쓸하다.

 

나는 이렇게 못된 이기주의자다.

내 생애..앞으로 어느 누구가 내게 너만큼의 온정을 베풀어 줄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중략>

 

 

 

 

 

 

 

 

우습지?

내가 그렇게 강한 여자가 될 수 있을까..의심스러울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나 나는 믿는다.

벗님에 대한 사랑 하나와 하얀 종이..그리고 자연과 서적만 있으면

혼자서도 외롭지 않을 수 있다는 자만이 있다.

물론 헛된 자만이고 분명 후회할 어리섞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들은 내곁에서 영원히 변치않으리라는 믿음이 있고

결코 허무하지는 않을테니까..

 

 

 

 

 

 

 

 

사람은 어차피 혼자라는 말을 자주 되뇌이게 된다.

사랑의 열정도 식기마련이고 ..

세상사 무궁무진한 변화속에 우리는 맴돌고 있기에

사람의 마음 변한다고 해서

배반지니 이중인격자니..하며 탓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참으로 당연한 진실일 뿐..

사람이 변해가는 것은 생에 가장 솔직히 순응하는 자세가 아닐까..

 

 

여러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더욱 고독해지는 나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나 혼자가 되었을 때..

가장 평온하고..가장 진실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현실도피주의자이며 이기주의자이고..

그리고 사회생활엔 미숙아이며 기형아이기도 하다.

이런 나는..구제불능이어서 도저히 사람들과 화합되지를 못한다.

 

 

<중략>

 

 

 

 

 

 

 

어차피 나의 생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기에..

그 어떤 속박의 굴레에 얽메여

어떠한 상황에는 어떠해야 한다는 일반론을 무시해버린다.

참 어이없게 모순된 사고이겠지만 ..

이것도 사노라면 변할테지!

어찌할 수 없이 현실과 타협도 할지 모르지!

약한 인간이기에..

 

그러나 나하나만의 내가 되고 싶다.

진정한 내가 되어 삶안에 허덕이지 않고 삶 위에 당당히 군림해보고 싶다.

 

 

 

 

 

- 스무살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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