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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산 이야기

덕유산일출산행4-오수자동굴과 백련사

by 벗 님 2014. 1. 24.

 

 

 

 

 

먼산 (김용택 詩 )-범능스님

 

 

그대에게 나는 지금 먼산이요.

꽃이 피고 잎 피는 그런 산이 아니라

산국 피고 단풍 물든 그런 산이 아니라

그냥 먼산이요.

꽃이 피는지 단풍 지는지 당신은 잘 모르는

그냥 나는 그대 향한 그리운 먼 산이요.

 

 

 

중봉에서 백련사쪽으로 하산하는 중간지점쯤에 오수자동굴이 있다.

그냥 흔한 동굴이려니..했는데..

종유석처럼 생긴 고드름이 땅에서부터 거꾸로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자연의 신비함이 경이로웠다.

마침 며칠 전에 이런 자연현상에 대한 프로그램을 TV에서 보았었는데..

이리 빨리 현실로 만날 줄이야.

 

 

 

 

 

◆ 오수자동굴

 

 

 

 

 

 

 

 

 

 

 

 

 

 

 

 

 

동굴이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어서일까..

이곳은 포근하고 아늑하기까지 해서..

지나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곳에서 간식을 먹기도 하고 ..

자리를 펴고 점심도 먹으며 잠시들 쉬어간다.

 

다만 사진을 찍느라 사람들이 얼음기둥을 넘어뜨려

입구쪽의 얼음기둥들은 여기저기 부러져있어..아쉬웠다.

나 또한 내남자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기에..

얼음기둥들 사이에서 포즈를 취했으니..

 

 

 

 

 

 

 

 

 

우리가 하산할 즈음에 그제서야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많았다.

마주치는 등산객들마다 일일이 " 안녕하세요." 인사를 나누는데..

그네들은 우리 뿐이지만..

하산하는 내내 우리둘이는 인사를 오백번?쯤은 한 것 같다.ㅎ~

 

무엇보다 흐뭇한 것은 젊은 무리의 등산객들이 참 많다는 것이였다.

그들의 젊음이 부러웠고..

벌써 산을 알고 산을 사랑하는 그 마음이 대견했다.

 

 

 

 

 

 

◆ 백련사

 

 

 

 

 

 

 

 

 

 

 

 

 

 

 

 

 

 

 

 

 

 

 

 

 

 

 

 

 

 

 

 

 

 

 

 

 

 

 

 

 

 

 

 

 

백련사에 다다랐을 때부터 눈발이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함박눈이 되어 펄펄..게다가 바람까지 사선으로 휙휙 불어온다.

 

향적봉이나 중봉으로 오르려는 산객들로 북적이는 백련사..

다들 사찰의 처마 아래에서 눈발과 추위를 피하며 점심이나 요기를 한다.

내남자랑 나도 대웅전 뒤껸의 처마 아래 자리잡고

따끈한 누룽지랑 김밥으로..허기와 추위를 달래본다.

 

그나저나 이 눈바람 속에서 이제서야 산을 오르는 사람들..

언제 향적봉까지 가나..

미리 다녀온 사람으로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긴..향적봉까지만 오르면 설천봉에서 곤돌라 타고 하산하면 금방이니까..

그리 작정하고 오른다면야 지금 올라도 무방하겠다 싶었다.

 

 

 

 

 

 

 

 

 

 

 

 

 

백련사에서 주차장까지 하산하는 길은 길고도 지루했다.

무엇보다 밤을 새워 산행을 하고 백련사에서 점심까지 먹고나니..

잠이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숨이차거나 다리가 힘이 든 건 정말 아무 것도 아니였다.

졸음은 정말 괴롭고 참기 힘이 들어..

하산하는 중에도 깜빡 잠이 든 채로 휘청휘청 걷고 있는 나..

하는 수없이 내남자 팔에 기대어 반은 졸면서..

겨우겨우 하산을 했다.

 

 

 

 

 

 

 

 

덕유산 자락 아래에 수령 600년이 되었다는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얼핏 새집같지만..겨우살이가 군락을 이루어 자생하고 있는 것이다.

하산하는 중에도 겨우살이 군락을 엄청 많이 발견했었다.

추운 겨울에 다른 나무에 기생해 파릇파릇 새싹을 틔우고 꽃도 피운다는 겨우살이..

전에 한 번 언급했었지만 항암에 특효라는 귀한 약재이기도 하다.

 

그만큼 귀하고 고마운 겨우살이지만..

겨우살이가 기생하고 있는 나무들에겐 암적인 존재이다.

나무의 양분이나 수분을 다 빨아먹어서 결국 그 나무를 고사하게 만든단다.

그러고보면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암덩어리와 같은 존재이다.나무에게는..

 

참..

어제 TV에서 보았는데 노란 겨우살이는 독이 있어..

오히려 해가 된다고 하니..

그 점은 필히 유의해야할 것이다.

 

 

 

 

 

 

 

 

 

 

 

 

 

 

 

 

 

산 아래 다 내려와서 문득 저 멀리로 보이는 덕유산을 바라본다.

 

오늘 새벽..

 

내가 저 장엄한 덕유산의 제 1봉에 서 있었구나..뿌듯한 맘..

 

나를 이 곳까지 이끌어 인도해준 내남자에게 다시 고마움을 느낀다.

 

내남자 아니였으면 내 생애 이리 덕유산 야간산행을 엄두나 내었을까..

 

 

 

생각해 보면..참 고마운 당신..

 

나는 오늘도 산의 품에서 행복했습니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