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12월 28일. 일. 맑음.
오전 8시 54분..
옆에서 고이 잠든 태정이 모습이 귀엽다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펜을 움직인다.
정다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렇게 하나같이 착하고 다정한데..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걸까?
어저께 유달리 쓸쓸하고 외로왔다.
너무 적막하고 고요한..
이런 분위기가 금시라도 울음을 자아내게 할 것만 같아.
밖에서 들리는 발자욱소리..
주인아줌마가 애들에게 무어라 하는 소리까지..반가왔다.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그인가 하노라.>
언뜻 황진이를 생각하며 서화담을 떠올리며
나 또한 그런 심정이였던 것 같기도 하다.
기다림..
어느 특정한 누구라고 하기보다는 반갑고 그리운 누군가가..
내 외로운 방문을 노크해 주었으면..
태정이가 왔다.
그래도 어딘가 허전한 한구석이 있음은..왜일까?
어저께 눈이 올 것 같이 잔뜩이 벼르던 하늘이 끝내..
소담스런 하얀 눈은 떨구어 주지 않고..
오늘 아침은 태양이 늦잠 잔 내 눈을 부시게 하며
얄밉게 웃고 있었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수 있는 나..
아직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었음 좋겠다.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과 소망이 조금씩 달팽이 원을 그리며
안으로 작아지는 듯 하다.
글씨를 예쁘게 쓰고 싶다.
옛날에는 예쁘게 썼었던 것 같은데..
내 맘이 내 글씨처럼 예쁘지 못하다는 증거일까?
무엇이든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의 댓가는 주어진다고 믿는다.
- 스무살 일기 -
내가 사랑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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