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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사는 이야기

터널나이트

by 벗 님 2013. 12. 23.

 

 

 

 

 

파란댄스팀 연말회식이 있었다.

 

제이쌤의 강력한 추천에 의하여 우리는 나이트를 가기로 했다.

서울에서도 원정 온다는 ..터널나이트..

 

난 암말않고 있다가 회식날엔 슬그머니 빠질려고 했는데..

그런 기미를 눈치챘는지..

팀장인 준자언니가 회식날 참석하든 안하든 회비를 3만원씩 무조건 내라한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치 못하더라도 그냥 찬조비라 생각하고 내란다.

 

3만원..

본전 생각이 나서 하는 수 없이 참석하게된 회식..나이트..

 

 

 

 

 

 

 

 

 

 

 

 

 

 

 

 

 

 

 

 

 

일단 저녁 6시 반에 만나 1차로 밥이랑 술을 먹고..

조금 알딸딸할 때 나이트를 가기로 한다.

터널 앞의 감자탕집에 모인 우맴버들..13명..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몇몇이 불참하고..

 

그래도 다들 나이트 다녀오겠노라..

당당하게 남편 허락하에 나왔다고들 한다.

몇몇은 남편이 싫어하는 기색을 하더란다.

 

"시집 와서 십 여년 당신 수발들고 애들 키우고 살다가..

생전 처음 나이트 가보겠다는데..그게 왜 안되는 일이냐?

막말로 당신은 술집이든 어디든 마니 다녔지 않느냐.."

 

우리 중 젤 막내인 미경씨는 이렇게 성토를 하고 나왔단다.

 

또 몇몇은 12시까지만이라는 시간허락을 받고 나왔다고 하니..

영자언니왈.."니가 무슨 신데렐라니? 12시는 무씬.."

그래놓고 기실..영자언니는

10시 땡~하자마자 슬그머니 도망가버리고..

 

다만..우리 중 제일 순진하고 착한 인아씨만 남편허락을 못 받고 나왔단다.

센타에 올 때도 춤추러 간다면 못가게 할 것 같아서

그냥 운동하러 간다고 하고 나온다니..

오늘은 회식겸 노래방 간다며 나왔단다.

 

나야..

마침 내남자 전화가 왔길래..나이트 다녀오겠노라..통고하고..

딸들에게도 엄마, 나이트 다녀오겠노라 이야기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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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의 이른 밤시간..나이트는 한산하다.

우리보다 먼저 온 팀이 있었는데..

그녀들도 우리처럼 회식겸 해서 몇 년만에 나이트를 온 여인네들 같았다.

 

우리야..평소에도 춤을 추는 여자들인지라..

물만난 물고기처럼 파다닥거리며 정말 신나게 놀았다.

중년의 남정네들이 슬그머니 우리 춤판에 끼여들었지만..

그런 건 게의치 않고..우리는 우리대로..우리식대로..

간혹 웨이트가 와서 부킹을 제의하고..

몇몇은 응하기도 하고..

몇몇은 한사코 거절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남편이 눈을 부릅뜨고 기달릴게 걱정인 언니 몇은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고..

그렇게 나이트의 밤은 무르익어갔다.

 

 

 

 

 

 

 

 

 

 

 

 

 

 

 

 

 

 

 

 

 

 

 

 

 

스테이지에선 댄스타임..블루스 타임..쇼타임..

이렇게 반복적인 무대가 이어지고..

그렇게 나이트의 휘황한 밤이 무르익어가고 있는데..

 

인아씨가..당장 가야할 것 같다며..

금방 남편이 보내온 문자라며 보여주는데..

<아주 불량하고 위험한 곳이니 얼른 나오세요.>

아주 정중하지만 왠지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나도 마침 다리도 아프고 지루해지던 참이라..

인아씨 따라 일어서서 그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왔다.

 

대리운전으로 인아씨를 데리러 온 그녀의 남편..

우리는 괜히 찔려하며..차를 탔고..

나를 우리집까지 데려다 주고 갔다.

인사를 하고 멀어지는 차를 보며 ..

부부싸움이라도 하는 건 아닐까..

내심 인아씨가 걱정이 되었다.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내남자..

"어? 왜 벌써 왔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면서 평소보다 나한테 더 살갑게 군다.

 

아무래도 나이트 간 마누라 기다리며

내색은 안해도..속으론 걱정을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조금 긴장도 했을 것이고..

살며..가끔 이렇게 남편을 긴장시킬 필요도 있다고 본다.

 

 

여튼..5백년만에 간 나이트는 별루였지만..

우리 댄스맴버들과 더 친밀해지고 다정해진 충분한 계기는 되었다.

평소..나를 새초롬하게 보던 영자언니가 오늘따라 유난히 나를 챙겨준다.

 

" 얘, 나 너랑 친하고 싶어서 노력하는 중이야."

 

후훗~이러면서 인정(人情)이란 게 쌓여가나 보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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