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길에 만난 푸른 댓숲길이 참 싱그러웠다.
오후의 햇살이 비추이니..
그 아래 사랑하는 울엄마가 서 계시니..
눈이 부시도록 예뻤다.
♥
하산길..
노고단 고개에서 간식을 먹고 ..
거기서 근무하는 공익요원인 듯한 젊은이한테..
지리산 산행에 관한 몇가지를 문의하고..
막내동생같은 그 젊은이한테 간식 좀 챙겨 주고..
노고단대피소에서 점심을 먹는다.
생전 라면은 입에도 안대시는 엄마께서..
컵라면을 참 맛나게도 드신다.
아까 개울물이 돌돌돌 흐르던 이곳에서..
내남자와 이별을 해야만 했다.
엄마랑 난 화엄사 방향으로 하산하고..
내남잔 차가 있는 성삼재로 다시 돌아가서..
차로 다시 화엄사 아래에서 우리를 기다리기로 했다.
봄날같은 하루..
엄마도 나도 외피를 한겹씩 벗고
가벼운 차림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산꼭대기에서부터 흐르는 물..
지리산은 이리도 맑고 깊다.
내남자랑 헤어진 곳에서 화엄사까지가 5.5 km..
가파른 돌계단길이라 하산길이 녹록치 않았다.
그러나 엄마는 산다람쥐처럼 가비얍게 내려가신다.
하산길 내내..나보다 저만큼 앞에서 잘도 내려가신다.
그래서 참 고맙다.
엄마가 나더러 얼른 와보라..손짓을 하신다.
개울가에 쌓은 돌탑들..
누군가의 마음과 정성과 기도가 담겨 있으리라..
산길에 커다란 참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수령이 몇 백년은 됨직한 고목이였다.
엄마는 길을 가다가 괜히 숲으로 들어가보고 싶으셨단다.
그 고목 뒤쪽에 반짝반짝 분홍빛의 예사롭지 않아 뵈는 돌멩이가 놓여있었다.
처음엔..그 돌을 어찌할까..망설이다가..
내가.. 아무래도 엄마더러 가져가라는 계시같다며..
나무의 정령에게 절을 올리고 그 돌을 고이 가져가기로 했는데..
얼마를 가다가..
엄마는 도로 그 돌을 그 나무에게 돌려주러 다시 산길을 올라가신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간절한 마음을 담아
그 돌을 그리 아무도 안보이는 곳에다 올려둔 것 같다며..
처음엔 무슨 버섯인가..했다.
엄마는..
한 나무가 다른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포옥 감싸고 있는 느낌이 든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정말 그랬다.
가도가도 끝이 없을 듯..길고 긴 하산길이였다.
울퉁불퉁한 돌길이라 더욱 힘들고 시간도 걸렸지만..
그러나 엄마랑 함께여서..
힘이 든 줄도 모르고 마냥 즐겁고 행복했던 여정..
산아랫 자락 즈음에서 만난 푸른 대숲길..
그 푸른 숲 사이로 오후의 햇살이 댓잎파리를 헤집으며 반짝거린다.
푸른 댓잎에 반사하는 투명한 햇살..
그 아래를 유유히 걸어가시는 울엄마의 뒷모습이 따사롭다.
노고단의 눈빛에 발그스레 그을린 내 얼굴..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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