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영아네가 예약해놓은 지리산 아랫자락의 리조트에..
금요일 늦은 저녁..
엄마랑 월이네랑 영아네 그리고 우리가족..이렇게 함께 모였다.
다음날..엄마랑 내남자랑 나..이렇게 셋은
지리산 노고단 산행을 하기로 하고..
나머지 가족들은 아이들 데리고
따로이 구례나 남원을 구경하기로 한다.
다행히 봄날처럼 참 따스한 하루..
나는 드디어 지리산을 만나러 간다.
♥
해발 1102m의 성삼재 휴게소..
다행히 눈이 녹아 성삼재까지 차량운행이 가능하단다.
이곳에다 차를 주차해두고 우리는 노고단을 향해 출발한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오전 8시경..
이른 시간이여서인지..
우리 말고 부부 한 팀과 남자 한 분..뿐이였다.
날이 하도 따스해 눈이 없을 줄 알았는데..
성삼재입구부터 빙판길이 시작되어..
아이젠과 스패치를 착용하고 출발해야만 했다.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눈빛..
기분도 공기도 저 시린 하늘빛 만큼이나 청명하다.
해발 1000미터가 훌쩍 넘는 고지에 돌돌돌 개울물이 흐른다.
이 개울물이 흘러 내려가 화엄사로 흐르는 계곡물이 되는가 보았다.
엄마도 나도..
이리 높은 곳에 흐르는 개울물이 참 신기했다.
노고단 대피소를 향해 가는 길..
우리는 평이하고 쉬운 길보다는 좀 가파른 지름길을 택했다.
오솔길처럼 아기자기한 길을 걸으니..
비로소 산길을 걷는 기분이 든다.
노고단대피소..
아하~ 대피소가 이런 곳이였구나..
내남자랑 나랑 지리산 종주에 대해 얘기하며..
대피소를 예약해야 한다..텐트치면 된다..둘이 티격태격한 적이 있었다.
보니..모든 게 예약제이다.
그리고 숙박이며 취사며..시설이 아주 편리하게 되어 있었다.
성수기에는 예약이 무척 어려울 듯 하다.
노고단 고개..
저 멀리로 노고단이 보인다.
맑고 시린 하늘이 손에 닿을 듯이 펼쳐져 있다.
마치 천상에 올라온 듯..하다.
우리는 노고단에 올랐다가
능선줄기를 타고 저 저 앞에 보이는 반야봉까지만 갔다오려고 계획했었다.
그런데..12월 15일까지 통제기간이라 반야봉 가는 길은 산행금지라고 한다.
너무너무 아쉬운 맘..
산행할 때는..특히 종주를 계획할 때는
입산통제기간을 미리 체크해야할 것 같다.
나무테크를 보호하기 위해
가급적 아이젠 착용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아이젠을 벗고 길고 긴 테크 계단길을 따라
노고단을 향해 오른다.
구상나무..
우리나라의 높은 산 꼭대기에서만 자란다는 구상나무..
70살 정도라는데 바람이 아주 많은 곳이라..
이리 키가 작다고 한다.
나무도 사람도..
그렇게 다들 자기가 처한 환경에 놀랍도록 적응해 간다.
그렇게 살아간다.
노고단에서 바라본 지리산의 장엄한 줄기들..
구름 위를 걷듯 저 산 능선을 따라
저 봉우리봉우리..언젠가 다 밟아 봐야지.
바라만 봐도 벅차고 설레인다.
다정한 장모와 사위..
내남자가 참 고맙다.
노고단..
엄마는..
언젠가 젊은 날에 산악회에서 노고단엘 올라본 적이 있다고 하셨다.
이렇게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다며..참 좋아라 하신다.
이제 나이가 있어..
젊은사람들한테 폐가 될까봐 산악회에도 못 들겠고..
그렇다고 엄마 혼자 산엘 다니자니..겁이 나신단다.
이젠 이렇게 높은 산엘 다시 못가보겠구나..
참 쓸쓸한 마음이였는데..
이리 와 보니 너무 좋다고..
엄마는 가족 다음으로 산이 좋다고..재차 말씀을 하신다.
지난번 소백산종주 때 엄마 모시고 갈 껄..
엄마가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내남자가 장모님께 연락해보라 했지만..
나는 엄마가 소백산까지 그 먼길을 어찌 오실까..
지레짐작으로 연락조차 하지 않았는데..
무척 후회가 되었다.
지리산..
그 너르고 넉넉한 품에서..
나도..울엄마도..참 행복했다.
- 벗 님 -
동숙의 노래 /문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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