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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나의 이야기

내 고향마을

by 벗 님 2013. 10. 17.

 

 

 

 

내 고향마을이다.

 

여섯 살 되던 해에 떠나온 고향마을이지만..

눈을 감으면 눈 앞의 풍경인 듯 언제나 선연하던 고향 마을..

 저 논둑길이며 개울가..그리고 아빠가 직접 지으신 우리 집터..

 

울아빠가 나고 자라고 내가 태어나 다섯 해를 살았던 곳..

지게 매고 밭일 나가시던 아빠와의 추억이 어린 곳..

내 소꿉동무 부남이와의 추억이 어린 곳..

 

내 고향마을..

 

 

 

 

 

 

 

 

 

 

 

 

 

산길엔 가을들꽃이 지천이다.

지금은 아스팥트인 이 산길에도 아빠와의 추억이 어려있다.

 

어느 하루..

그날도 오늘처럼 들국화 처연하던 그런 날이였을까..

네 다섯 살쯤의 내가 밭일 나가시던 아빠 따라 이 길을 걷고 있었다.

저 산길 어디메쯤..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옹달샘이 있었고..

내가 목이 마르다고 보채었을까..

아빠는 잎사귀 너른 나뭇잎을 따다가 옴폭하게 해서..

샘물을 담아 내게 주셨다.

꿈인 듯 아련하지만

내 유년에도 소녀시절에도 다 자라 어른이 된 날들에도..

그 기억만은 내내 아롱져 남아 있었다.

 

 

 

 

 

 

 

 

 

 

 

 

 

마을 입구에 있는 정자..

하나 둘 떠난 고향마을을 지키고 계시는 몇 분 안되는 어르신들..

십 삼년 전 큰어머니 가시던 날에도..

마을 어르신들은 여기 나와 우리를 맞으셨다.

 

"니가 누구?"

"향숙이예요"

"아이고~~니가 봉길이 딸 향숙이가?"

 

그랬다.

내 고향마을에선 내 이름자만 대어도..

누구나 나를 기억하고 반겨주셨다.

 

오늘은 내가 먼저 인사를 드린다.

"저..향숙이예요."

아고~아고~~할머니들은 나를 부여안고 통곡을 하신다.

"늙은 우리가 먼저 가야하는데..아고~아이고~"

"내가 시집오니까 너그 아부지가 고추 내놓고 놀고 있었는데..아이고~~"

아흔 일곱이시라는 내겐 아주머니뻘 되는 할머니는..

어린시절의 울아빠를 기억하고 계셨다.

 

 

 

 

 

 

 

 

 

 

 

 

 

아~사십 여년 전 고대로의 내 고향마을..

저기 키 큰 감나무가 있는 집이 내겐 육촌이면서 동갑내기 소꿉친구였던 부남이네집..

저 집 마당에서 병아리 모이로 꼬셔서 품고 놀던 기억은 아직도 따스하건만..

규태오빠랑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철이오빠가..

나뭇가지로 뚝딱 지게 만들어 주던 기억..

그리고 소나무 꺾어와 껍질을 벗겨 그 달달한 즙을 함께 빨아먹던 기억..

설탕이 귀하던 그 시절 사카린 큰 사발에 타서 마시던 달달한 기억..

 

아~그랬었지..

내 고향마을에서의 추억은..

 

비록 다섯 살 어리디 어린 기억이였지만..

 

살며..살아오며..

 

얼마나 그리워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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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길도 기억이 난다.

지금은 벽돌담이지만 그 시절엔 흙담길이던 이 길..

왜였는지 모르지만 황토로 쌓은 그 흙담의 흙을..

어린 나는 과자인 양 즐겨 먹었었다.

 

어느 밤엔 큰할매 손 잡고 어느 집이였는지는 모르나..

이 골목길을 따라 굿을 하는 집엘 간 기억도 난다.

 

 

 

 

 

 

 

 

 

 

 

 

 

 

 

 

 

 

 

 

저기 오른쪽 젤 끝에 잡풀만 무성한 저 곳이 내 고향 울집터이다.

이웃마을 한의원하는 이가 울집을 사서 고대로 뜯어가서..

한의원을 지었다고 한다.

너무나 아쉽다.

울아빠와의 추억이 고스란한 그 집..보고싶었는데..

'

 

이 개울가,,

엄마가 동생 잘 보라며 다섯 살 내게 두 살 랑이를 맡겨놓고 가면..

나는 이 개울가에서 돌맹이를 탁탁 쪼아 동그란 접시를 만들고..

부드러운 돌덩이를 갈아 소반을 짓고 그렇게 소꿉놀이를 하곤 했었다.

 

어느 날에는 개울가 자갈돌 위 햇살 따가운 곳에서..

어린 나와 아가인 동생 랑이가 잠이 들어있는 걸..

이웃마을 아주머니가 안아다 울집 마루에다 눕혀놓은 적도 있었단다.

 

엄마는 밭일 하시는 내내 어린 딸들 걱정이였고..

돌밭인 산을 개간하는 일이며 농사일이 너무나 힘이 드셨단다.

그래서 도시로 나가기로 결심을 하셨다고..

 

 

 

 

 

 

 

 

 

 

 

 

 

 

 

엄마랑 아빠가 일구신 우리집 논이 있던 자리..

이젠 누군가가 나무를 가득 심어두었다.

 

논일을 마치고 가던 어느 날이였을까..

저 논둑길에 개복숭아 나무 한 그루 있어..

엄마가 개복숭아를 따주시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지금도 길가에 복숭아나무가 한 그루 있다.

사십여년 전 그날처럼..그 자리에..

 

 

 

 

 

 

 

 

 

 

 

 

 

 

밭일 하시다가 우리를 발견한 상필오빠네 아주머니께서..

굽은 허리에 보행기에 의지하시면서도 마을입구까지 나와..

우리를 배웅해 주신다.

 

오매불망 그립고 그리웠던 고향마을..

그토록 그리워하면서도 사십 여년동안 서너 번..

 

그러나..이젠 정말 자주자주 올 수 있겠다.

 

울아빠 뵈오러..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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