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7월18일. 맑음. 오전..
어젯날이 다시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순간임을 절실히 알아야만 했다.
나약하게 허물어진 내 본능과 감정에 잠시 참회의 두 눈을 감아본다.
하고자했던 그날의 일들은 기필코 마무리지어야만 했었는데..
나는 노곤해오는 의식과 신체의 피로에 굴복하고만 그렇게 약한 존재였던 것이다.
하룻날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만 한다.
단 한 순간도 소홀하고 무심하게 지나쳐버릴 순 없다.
그 한 순간은 두 번 다시 주어지지 않기때문이다.
나는 내 이성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굴복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나는 과연 최대한으로 내 감정과 본능을 통제했었던가?
가슴에 뭉게뭉게 엉기는 조금은 수치스런 감정의 싹을
과감히 떨쳐버리지 못했음은..그 무엇으로 인한 것이였던가?
돈!
나는 여기에 집착하고 있었다.
참 옹졸하고 치사한 생각이였을까?
과연 그러했을까?
나의 언어와 행동과 표정이..
그러나 나는 최소한 노력은 했다.
그것이 최선의 언행이였다고 장담은 못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나자신을 ..
나는 이해하고 용서할련다.
무절제한 젊음과 낭만..
우리의 어머니는 우리들을 위해
지금 이 순간도 몸과 맘을 애쓰시고 계시다는 것을..
우리는 사무치도록 새겨야만 한다.
그렇다.
우선은 나의 잘못이였다.
무슨 일을 하든지..실행에 옮기기 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책도 간구했어야 했는데..
무작정 눈 앞의 즐거움과 호기심만을 충족시키기 위해
앞뒤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던 나의 실수다.
그러나 그 어떤 후회로 인해 나는 많이 생각하게 되었고 느끼게 되었다.
새로운 깨달음이라고 할까?
아님 단순하고 철모르는 사고방식이..
삶에 대한 신중함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할까?
어쨌든..
한 번의 실수와 그로 인한 후회는 살아가는데 필연적인 것인지 모른다.
우리는 두 번 다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어리섞은 사람은 절대 되지 않아야 한다.
사람들..
내 곁을 스치우고..때로는 내주위를 감싸고 내 마음 안에 자리한 사람들..
지금 내곁에서 이렇덧 다정하고 때론 냉담한 이들이..
어찌 영원하다고 할 수 있을까?
가을날 낙엽의 시체만큼이나..
그렇게 한 잎 낙옆이 되어 떨어질 인간의 운명 앞에서..
가슴을 여미고 겸허와 용서와 사랑만을..
인간의 운명 앞에 깔아본다.
그렇다.
영원할 순 없기에..
우리는 영원을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과 우정과 순수와 진실의 영원성을..
우리는 무작정 신뢰하고 싶어 한다.
그러한 신뢰만이 영원까지 이어지리라고..
다시 무한한 신뢰를 가져본다.
그'영원'이란..순간순간의 산물..
그러기에..
이 순간에 진실하고..
다음 순간에도 진실하고..
또 그 다음 순간에도 진실하면..
그 진실은 영원까지 진실할 것임을..
나는 믿고 있다.
- 스무살 일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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