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7월 21일.화. 바람.
벗님..
그래..벗님은 영원한 나의 벗님일 뿐이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의 벗님은
많은 내적 변모를 해왔지만..
결국 내가 처음 벗님을 내 마음 안에 모시던 그때처럼..
지금도 변함 없음을..
앞으로도 그러할 것임을..
나는 믿고 있어.
내 마음 안을 온통 자리하던 날에도 ..
어쩌다 망각의 뒤안에서 서성일 때도 ..
벗님은 내곁에 함께 있었고..
내가 삶의 고로를 극복하지 못해
절망하며 부르짖던 그 이름도
결국..벗님이였던거야.
안녕..아름다운 우정아..
이렇게 만남의 안녕을 고하며 이별의 안녕일랑은
우리에게는 멀고먼 타인임을 나는 확신할 수 있다.
지금도 가슴 가득한 이 감동..
온 몸에 흐르는 전율이 네게도 전해지는지..
네 편지를 받아들고
두 눈 가득 눈물이 고여있을 내 모습을 넌..
상상할 수 있겠니?
언제부터였던가..
준다는 것의 그 깊은 의미를 이해하면서부터..
너를 진정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
그때가 고 2때..
우리의 초록빛 교정에 울려퍼지던 노래가사..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면서..>
그 노래를 음미하면서 부터였을거야.
그 말의 진실을 고스란히 내 안에 받아들이기까지도 ..
나는 많은 생각을 해야만 했고..
생각처럼 행동은 실제로 움직여주지 않아서 고민도 했었지.
그 이전의 내 마음은 지독한 이기심에 젖어있었던 것 같아.
준만큼 받고 싶어하던..아니..
주지도 못하면서 받기만을 바라던..
그런 내마음이였던거야.
그러나 벗님..
너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하고..
오로지 줄 수 있어 기쁠 수 있는 그런 마음이
내 안에서 서서히 자라나
이제는 그 뿌리를 견고히 다지고 있는 중이야.
네가 나를 진실로 깊이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되었음을..
오히려 네게 축하를 보내고 싶다.
그것은 그만큼이나
네 마음이 나란 아이를 받아들일만큼 넉넉해졌고..
네 마음이 사랑이란 샘물로 그윽히 채워지고..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는 의미가 아니겠니?
그리고 주님의 사랑이 네 안에 온전함을 느낄 수 있었어.
중략..
여기에 7월 10일 내 일기를 적어보낼게.
울산에서 지내다가 올라왔을 때..
어두운 자취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두 통의 하얀 사연..
너와 그애..
두 통의 편지를 가슴에 꼬옥 안고..
내 작은 자취방을 감사에 못이겨 서성이던 나..
그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를..
"감사합니다. 진정 감사합니다."
자꾸만 뇌까리던 감사와 핑그르르 돌던 눈물..
내 눈물..
뺨을 타고 흘러내리던 눈물..
사랑하기에 흘리던 그 순결한 눈물..
그런 눈물을 흘리게 해준 너와 그애에게..
나는 또 다시 감사하며..
벗님..
그래..
난 언제나 네곁에 있었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임을 자신할 수 있다.
저 별빛을 봐.
저렇덧 영롱하게 빛나고 있잖아.
언제나 내 그리움과 외로움과 설움과 눈물의 대상은
저 별빛들이였어.
저 별빛 속에..
네가 있고..
내가 있고..
우리 둘이가 있기 때문이지.
저 별빛이 반짝이는 한 영원할
우리의 만남..
우리의 우정..
우리의 사랑임을..
내가 믿고 있기 때문이지.
- 스무살의 일기 中 -
♬~~ 가슴앓이 /지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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