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7월 16일. 수. 0시 1분 전..바람 약간..
정각 0시..
펜을 잡고 네 모습을 가만히 떠올려보고 있다.
빈심..그래..보고 싶구나..
생활을 쫓아 다니느라 깡그리 잊었다가도
하루를 다 밟고 돌아누우면 떠오르는 영상은
화면 가득 너와의 추억들 뿐이다.
나약했고 철 없었던 만남만남들이 꽃잎처럼 한 장씩 흩어지고
나는 흩어진 추억의 꽃잎을 주워 모아 책갈피에 끼워두고서는
퇴색해갈수록 짙어오는 추억의 향기..너의 향기를 맡고 있다.
때로는 가슴이 아려 눈물 떨구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만남의 의미는
그 어떤 쓰림과 아픔 속에서도 소중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지나버린 일에 대해서는
조금은 더 관대해지고 더 너그러워지는 것 같다.
오늘은 눈물나도록 감사하고 고마운 날이였다.
울산에서 계속 지내다 올라와 보니..
나를 기다리는 두 통의 하얀 그리움..
기다림에 지쳐 차라리 체념하고 돌아서니 그제서야 문득..
내게로 온 야속하고도 반가운 소식에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넌 알까?
때로는 얕은 마음에 그 어떤 불안과 의혹이 일렁이기도 했지만 ..
그것은 잠시..
왠지모르게 나는 이내 마음의 평정을 되찾곤 했었다.
마음의 티끌을 정화시키는 일이 ..
살아가는데 많은 의혹이나 불신 불안 미움 원망등의 좋지 않은 감정들을
말갛게 헹궈준다.
불교에서 참선하는 자세로 가부좌를 틀고
마음에서 싹트는 감정의 찌꺼기들을 없애기위해 마음을 비우고 비워..
마침내 무상무념의 상태에 이르면 곧이어 마음이 청정해져서..오히려
미움은 사랑으로..
의혹은 믿음으로..
원망은 용서로..
차츰 정화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비워졌던 마음이 그윽해지는 듯한 충만감을 맛볼 수도 있다.
이것은 나의 체험이야.
4박 5일 짧은 수련생활이였지만..
이렇게 마음을 닦는 방법을 배웠던 것 같아.
나약했고 철없었던 만남만남들이 꽃잎처럼 한 장씩 흩어지고
나는 흩어진 추억의 꽃잎을 주워모아 책갈피에 끼워두고서는
퇴색해갈수록 짙어오는 추억의 향기.. 너의 향기를 맡고 있다.
- 스무살 일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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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ussian Romance -박경숙 & 니나 코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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