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살에 스물여섯 살 울아빠에게 시집오신 울엄마..
처녀 적엔 길쌈을 해서 손수 옷감을 짜고 옷을 지으셨단다.
그 시절엔 혼기가 찬 마을처녀들은 호롱불 아래서 삼삼오오..
그렇게 길쌈을 하면서 차곡차곡 시집 갈 준비를 했다고 한다.
♥
장농 위 깊숙한 곳에서 꺼낸 함..
엄마가 시집올 때 갖고 오신거란다.
처녀 적에 직접 길쌈 매서 옷감을 짜고 손수 지으셨다는 바지저고리..버선..
촘촘한 울엄마의 바느질 솜씨는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요즘의 어느 재봉틀이 저리 매끈하고 촘촘하게 박음질을 할 수 있을까..
손수 지으신 버선의 버선코도 그 매무새가 어찌나 단정한지..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손수 지으셨다는 울아빠의 저고리..
내 나이보다 더 오래 되었을 저 낡은 저고리를 엄만 지금껏 고이 간직해 오셨다.
그 시절 울아빠는 저 저고리를 입고 산에서 나무도 해오시고 밭일도 하시고..
그러셨을테지..
세월의 얼룩이 고스란히 남은 저 삼베저고리를 보며..
젊었던 울아빠 울엄마 그리고 할매의 세월까지 정겹게 떠오른다.
엄마가 시집 올 적에 입으셨다는 치마저고리..
아빠가 혼인식 때 입으셨다는 연분홍 조끼..
엄마의 약혼식 사진 속에서 저 저고리를 입고 계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지금도 맞춤인 듯 꼭 맞는 울엄마의 저고리..
저고리 입으신 울엄마의 자태가
그 옛날 시집오던 날의 스무살 새악시처럼 고우시다.
엄마는..
이왕이면 엄마가 처녀 적에 직접 짠 베로
아빠의 먼옷(수의)을 짓고 싶다고 하신다.
한올한올..
어찌 저리 고웁게도 베를 짜셨을까..
고이고이..
어찌 그 세월을 저리 간직해 오셨을까..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