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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가족 이야기

내는 여그다 묻어주거라

by 벗 님 2013. 8. 10.

 

 

 

 

 

 

시골 아버님 무덤가에서 와송을 채취했다.

내남자가 지난번 애벌벌초 때 봐두었다는 와송은

누군가가 똑 따가버린 모양이다.

그래도 무덤가 주변에 와송 군락지가 몇 군데 있어..

내남자와 난 부지런히 와송을 채취한다.

 

한 송이를 발견해서 환호할라치면 바로 그 주변에 소복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탄성을 지른다.

아직 어리지만 작년처럼 누군가 다 따버릴 것이 뻔해..

아주 어린 놈들만 남겨두고 채취해서 집에서 키워보기로 한다.

 

큰 놈 몇 뿌리는  어머님댁 화분에 옮겨 심고..

나머지는 울산으로 가져왔다.

 

 

 

 

 

 

 

 

 

 

 

 

 

 

 

 

 

 

너무나 야위신 아빠가 안방에 홀로 누워계신다.

엄마는 모처럼 친구분들과 등산을 가셨단다.

 

지난주 친구분들과 연 삼 일 신선산 정상에 오르셨다가 더위를 먹어서..

그 후론 엄마랑 동생 랑이가 아빠가 아침마다 나가시는

수변공원산책을 극구 만류하고 있는 실정인지라..

유일한 낙이던 친구분들과의 아침산책을 못하시게 된 울아빠..

게다가 산책 맴버 중 아빠랑 동갑이시던 아저씨 한 분이

얼마 전에 주무시다가 돌연사를 하셨단다.

그래서인지 더욱 힘이 없어 보이신다.

 

잠시 후 산에 가셨던 엄마가 돌아오시고..

우리가 캐 온 와송을 보시더니 어디서 이리 많이 캤냐며..

무척 반기신다.

 

내남자랑 엄마가 스치로폼 화분에 와송을 심는다.

뿌리를 잘 내려 싱싱하게 자라줬음..

 

 

 

 

 

 

 

 

하얀개망초         시:벗님   곡, 노래-zzirr  (http://blog.daum.net/zziirr/8070080)

 

 

 

바람이 잎새를 흔드는 싱그러운 날
들녘에 무리지어 피어있는 하얀 개망초
그대 있는 곳엔 진다지 내겐 아직 피어있는 꽃
피고 지는 그만큼 우린 멀리 있는거야
여름 그 참담하던 계절 나는 아무 표정도 없이
몰래 숨어 기도했어 하얀 개망초
바람처럼 꿈결처럼 말못할 비밀처럼
간절했던 내 사랑 다시 활짝 피어나기를....

 

 

 

 

 

 


 

 

 

 

 

 

" 숙아.."

아빠가 부르신다.

하얀 종이에 펜으로 아빠가 묻히고 싶은 무덤자리 위치를 설명하신다.

 

"여기가 너그 큰엄마 무덤이고..

그 옆이 너그 큰아부지 자리고..

그 옆 등성이가 너그 할매무덤이고..

여기서 쭈욱 올라가서 옆으로 능선을 타고 쪼매만 가면

햇빛 잘 드는 곳이 있다.

내는 여그다 묻어주거라."

 

아빠는 아빠가 묻힐 자리를 큰 딸인 나에게 설명하신다.

추석 전에 아빠 모시고 고향에 다녀오기로 한다.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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