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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가족 이야기

아빠의 병상일지

by 벗 님 2013. 9. 5.

 

 

 

 

 

며칠 잘 드시고 토하지도 않으시고 컨디션도 좋으시더니..

아침부터 토하기 시작하시더니 오후엔 갑자기 호흡마저 곤란해지신다.

동생 랑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119를 부른다.

 

그렇게 대학병원 응급실..

CT며 MRA등 온갖 검사를 다 하는 중에도 아빠는 의식이 없으신 듯 했다.

혈압이며 맥박은 점점 떨어지고..

진정제 투여 후 내리 5시간여를 잠이 드신 아빠..

왜 이리 오래 주무시냐니깐..

의사가 조심스레 하는 말이 이대로 깨어나지 못하실 수도 있다고 한다.

 

아주 오랜 기다림 후에..

검사결과를 통보하는 의사는..여명이 다하신 듯 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동생 랑이는 의사들은 언제나 최악을 얘기한다며..

그래도 희망을 얘기한다.

혈압이  60대로 떨어지자 무슨 수술을 해야한다며 보호자 동의를 구한다.

연락을 받고 달려온 동생들은 아빠의 침상에 둘러 서서는 훌쩍이며 눈물을 흘리고..

나는 울지 않으려 안감힘을 쓰지만 주르르~ 눈물이 자꾸 흐른다.

 

다행히 수술 후에 혈압이랑 맥박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그렇게 오후 4시쯤에 도착한 응급실에서 거의 밤을 지새우고..

새벽녘 응급병실로 옮겨진 울아빠..

 

 

 

 

 

 

 

 

 

 새벽녘..

 

아빠가 누워계신 병실에서 바라보이는 교회탑..

 

 

 

 

 

 

 

 

 

다행히 진정제에서 깨어나신 아빠는 그 이후로 연이틀..

48시간을 꼬박 한 숨도 주무시질 못하신다.

30여초 깜박 졸다가는 갑자기 환자복이며 산소호흡기를 

거칠게 잡아당기는 행동을 반복하신다.

새벽녘에는 안간힘을 쓰시며 자꾸 일어나려 하시고..

연이틀 한숨도 주무시지 못하고 어디서 그런 힘과 괴력이 생기시는지..

아니 어쩌면 너무나 고통스러워 그렇게 한숨도 주무시질 못하시는지도..

의사는 고통일 수도..선망일 수도..있다고..

 

 

울아빠..이렇게 먼길 가시는 걸까..

그래도 투병 중에는 큰 고통 없이 지내오셔서

참 다행이라고 랑이랑 얘기했었는데..

 

 

 

 

 

 

 

 

 

 

엄마랑 막내 태야랑 내가 교대로 밤새 아빠 간호를 하고..

동생 랑이는 매일 아침 일찍 와서는 늦게까지 있다 가고..

월이랑 주야도 거의 매일 와서는 아빠간호를 하고..

직장 다니는 영아랑 제부들은 주말에 와서 간호를 하고..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아빠의 병간호..

착한 내 동생들은 그렇게 극진할 수가 없다.

 

특히 둘째 랑이..

딸들 중에서도 아빠랑 가장 친밀하고..

수년간 아빠의 병원에 항상 동행하고 보살피고..

엄마는 랑이에겐 효녀상을 주어도 마땅하다고 하신다.

나도 동생 랑이가 언제나 고맙다. 듬직하고..

 

 

입원 후 사흘째..

 

아빠는 몇 시간 푸욱 주무신 후..상태가 조금씩 호전되셨다.

간간히 맑은 정신으로 물을 달라고 말씀하시고..

혼자서 한참을 앉아계실 수도 있게 되셨다.

 

사흘째 되는 날에는 몇 마디 말씀도 하시고..

사람도 알아보시고..밥 좀 달라는 말씀도 하신다.

담당의도 참 다행이라며 아빠의 어깨를 토닥여 주신다.

이제 물도 조금씩 드시고..

차차 미음도 드실 수 있도록 하자며 격려를 해주신다.

 

내가 복숭아를 씻으러 들고 가니..

"그거 하나 일루 갖고 와봐라."

복숭아가 무척 드시고 싶으셨던가 보았다.

엄마도 동생들도 나도 웃는다.

 

 

 

 

 

 

 

 

 

일주일 내내..아빠의 병상을 지킨 엄마랑 나..

동생들은 아빠의 상태가 좋으니 바깥바람이라도 좀 쐬고 오란다.

엄마랑 병원 근처의 성당 올라가는 길의 산책로를 걷는다.

 

며칠만에 나온 바깥세상..

햇살엔 가을느낌이 가득하고 바람에도 가을냄새가 난다.

어느사이..가을이 계절의 길목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병상에 앉아 계시던 아빠가

 

엄마의 머리를 감싸안으며..

 

무어라 귀속말을 하신다.

 

 

미안하다고..

 

많이 미안하다고..

 

 

 

 

 

 

 

 

 

 

 

 

 

 

 

 

 

 

아빠가 많이 호전되신 것을 보고 잠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전화를 드리니..

아침엔 태야의 부축을 받아 화장실에도 가셨단다.

 

 

 

가끔은 당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으신 아빠가 원망스러웠다.

왜 자식들에게 이런 고통을 안겨주실까..

 

아빠의 발병 이후..

나는 매일 우울했고 슬펐고 세상이 허망했었다.

무엇보다 다가올 시련이 무서웠고 두려웠다.

그렇게 나는 이기적으로 내 고통만 생각했었다.

나보다 아빠를 더 사랑하는 울엄마 \..내 동생들..의 고통은

헤아리지 못했었다.

 

그러나..이젠..

이렇게 견뎌주시는 아빠가 너무 고맙다.

이렇게 자식들이 아빠를 돌볼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 벗 님 -

 

 

 

 

 

♬~~ 구절초꽃 - 범능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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