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당도하니 하얀 모시적삼을 입으신 어머님이 환하게 반겨주신다.
효자 아들들이 교대로 서울에서 대구까지
몇 번이나 오가며 몇 번의 정밀검사를 한 결과..
아무 이상이 없으신단다.
그래서인지 안색도 밝으시고 몸놀림도 가벼워 보이신다.
건강하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어쨌거나 도착하자마자 딸들이랑 난 안방에 널부러져 낮잠삼매경에 빠진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에 새벽을 설치고 달려와 몸도 정신도 가눌 수가 없어..
며느리로서의 도리도 잊고 까무루룩~~
그렇게 한잠을 자고 일어나 내남자랑 아버님 산소로 간다.
몸은 여전히 찌뿌등하고 날씨는 너무나 후덥지근하다.
그러나 아버님 산소로 가는 저 산길은
언제나 호젓하고 계절마다 아름답다.
진초록 우거진 산길에 산딸기가 빨갛다.
이제 끝물인데다 이미 누군가의 손길이 지나간 후라..
드문드문 보이는 산딸기..
그 중 빨갛고 탐스런 놈을 몇 알 따서 입안에 넣어본다.
참 달다.
할머님 할아버님 무덤 위에
연분홍 나팔꽃이 넝쿨을 이루어 피어 있었다.
산소 주변엔 하얀 개망초가 군락을 이루었고..
아버님 무덤 위엔 포슬포슬한 강아지풀이 소복이 피어들 있었다.
엎드려 절 올리며..
후손들 잘 보살펴 주시옵길..마음으로 빌어본다.
♬~먼산 (김용택 詩 )- 범능스님
그대에게 나는 지금 먼산이요.
꽃이 피고 잎 피는 그런 산이 아니라
산국 피고 단풍 물든 그런 산이 아니라
그냥 먼산이요.
꽃이 피는지 단풍지는지
당신은 잘 모르는 그냥 나는
그대 향한 그리운 먼 산이요.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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