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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나의 이야기

꽃밭에 물을 주었습니다.

by 벗 님 2013. 8. 27.

 

 

 

 

꽃이 바람에게 전하는 말  - 예민 -

 

 

♬~~

 

 

아서아서 꽃이 떨어지면 슬퍼져 그냥 이 길을 지나가
심한 바람 나는 두려워 떨고 있어 이렇게 부탁할께..

아서아서 꽃이 떨어지면 외로워 그냥 이 길을 지나가
빗줄기에 너무 차가워 서러우니 그렇게 지나가줘..


검은 비구름 어둠에 밀리면 나는 달빛을 사랑하지
이런 나의 마음을 헤아려주오

맑은 하늘과 밝은 태양 아래 나를 숨쉬게 하여주오
시간이 가기 전에..


꽃은 지고 시간은 저만큼 가네 작은 꽃씨를 남기고
길을 따라 시간을 맞이하고 싶어 바람을 기다리네.

 

 

 

 

 

 

 

 

 

 

 

 

내 유년의 뜨락은 왜 그리 꽃이 가난했을까?

 

봉숭아랑 채송화가 피고지던

옆집 영자언니네 동그란 꽃밭이 늘 부러웠었지.

 

호박이랑 옥수수만 무성하던 엄마의 텃밭보다는..

알록달록 예쁜 꽃이 무성하던

영자언니네 꽃밭이 정말 부러웠었지.

 

 

 

 

 

 

 

 

 

 

초등 일학년 내 그림일기장엔..

 

나는 오늘 엄마랑 꽃밭에 물을 주었습니다.

나는 오늘 동생이랑 꽃밭에 물을 주었습니다.

나는 오늘 이모랑 꽃밭에 물을 주었습니다.

.

.

................꽃밭에 물을 주었습니다.

................꽃밭에 물을 주었습니다.

 

 

중학교 때..

아늑한 다락방에서 오래 전 이 그림일기장을 꺼내어 읽고는..

난 깔깔거리며 혼자 웃었지.

 

그 당시 울집엔 꽃밭이 존재하지 않았는데다..

함께 살지도 않은 울이모까지 꽃밭에 물을 준 건..

정말정말 웃겼어.

 

 

 

 

 

 

 

 

 

 

어린 마음에도 예쁜 꽃밭이 갖고 싶었던거야.

그런 꽃에 대한 서정이 그리웠던거야.

 

난 그런 계집애였어.

꽃을 사랑하고 비를 몹시 그리워하던..

 

시도때도 없이 눈물이 고여오고 가슴이 젖어드는 감성은..

그 유년의 뜰에서부터 자라기 시작했던거야.

난 그런 소녀였고 여인이였고 여자였던거야.

 

 

 

 

 

 

 

 

 

 

 

이런 내 감성의 우울과 슬픔을

이해하고 알아주고 느껴주는 단 한 사람..

이 세상에 그런 사람 있다면..

 

널 사랑할거야.

널 사랑할 수 밖에 없을거야.

 

나를 나로 이해하고 알아주고 느껴주는

 

단 한 사람 있다면..

 

널 사랑해.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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