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피는 유년의 뜰..
엄마는 내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여주시곤 하셨다.
봉숭아 꽃잎보다도 봉숭아 초록잎새가 손톱을 더 진하게 물들여 준다는 것도..
엄마에게서 배웠다.
봉숭아꽃잎과 이파리를 짓찧으면 향긋한 봉숭아 꽃내음이 물씬 났었다.
난 지금도 그 내음이 너무 좋다.
봉숭아 이파리로 손톱을 감싸고 무명실로 친친 감고..
그렇게 다음날 빨갛게 물들었을 내 손톱을 상상하며..
잠들던 한여름밤..
유년의 밤하늘엔 은하수가 흘렀었지..
이제는 흐린 영상처럼 희미해진 기억이지만..
그런 유년의 추억이 있어..
나 또한 나의 어린 딸들에게 봉숭아꽃물을 들여주곤 했었다.
♥
관리실 입구 작은 화단에 봉숭아꽃이 피었다.
오며가며 반가움에 늘 눈맞추던 봉숭아..
어느사이 꽃잎들 거의 다 떨궈지고 봉숭아꽃도..
이 여름날처럼 끝물이다.
아쉬움에 달랑 몇 송이 남은 봉숭아꽃을 담아왔다.
봉숭아꽃 옆에 나란히 피어있던 분꽃..변이종일까?
관리아저씨가 옆에 오셔서 분꽃이라고 일러주신다.
"네에~~까만 씨에서 하얀 가루가 나오는 거 맞죠?"
나는 아는 체를 한다.
분꽃 아래 그늘진 곳엔 키작은 채송화도 피어있었다.
동네 담장 아래에서 흔하게 만나지던 채송화..
분꽃과 채송화는..
봉숭아꽃과 함께 유년의 추억이 아롱져있는 꽃이다.
1033
♬~~
손가락마다 무명실 매어주던
곱디고운 내 님은 어딜 갔나
며칠 전..손톱에 봉숭아꽃물을 들였다.
사실..봉숭아꽃을 따다 물들인 건 아니다.
시절이 하 좋아 요즘은 봉숭아 인공색소를 구입할 수가 있다.
하룻밤 무명실로 칭칭 감고 있는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해서..나는 거의 일년 내내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고 있는 편이다.
나이 탓인지..손톱 끝이 자라는 족족 부러진다.
해서..독한 성분의 메니큐어는 바를 엄두도 낼 수 없다.
정성들여 발라놓아도
집안일을 하다보면 이삼일이면 벗겨져 버리는 메니큐어..
해서.. 나는 한 번 물 들이면 손톱이 다 자라도록
몇 달 동안 유지되는 봉숭아꽃물을 선호한다.
손톱이 자랄수록 점점 반달이 되어가고 초승달이 되어가는
손톱 끝의 봉숭아물이 참 어여쁘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련히 젖어드는 유년의 추억때문에..
- 벗 님 -
손톱에 물들인 봉숭아가 첫눈 올 때 까지 지워지지 않으면
첫사랑이 이루어 진다는 말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새끼손톱 정도는 물들이곤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전 남자인데도 말입니다 ㅎㅎ
하지만 첫사랑은....음...
기억이 없네요 ㅎㅎ
물들인 손톱이 참 예쁘십니다^^
봉숭아랑 채송화가 한창이랍니다
유년기에
나도 동무들 따라 손톱에 봉숭아물 들였던 기억
아,
요즘은 그런 메뉴쿠어도 나오는군요
세상 참, 편해졌네요
날이 아직은 덥죠?
밤에 비 내리고 나면 좀 시원해질거란 예보
이곳 미산은 살만 합니다
잘지내제?
더 소중함이 있네요...
행복을 감싸안는 님의 마음
늘상 부럽습니다..
전 늘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이거던요...
지금은 보기 힘든 모습을 보고 갑니다.
봉숭아 물을 딱 한번 들여봤습니다 .....
그때가 벌써 언제인지 기억도 나진 않지만 ........ㅎ
문득 문구점으로 달려가 내 손에두 봉숭아 매뉴큐어를 칠하구 싶단 생각을 했는디,
다시 들여다 본 내 손,
하이고~~~돼지목에 진주라 했는가? .......안돼겄쓔.......ㅎㅎ
요즘의 벗님 글 읽어 내려오다 보니 많이 감성적인 거 같은데요?
가을이 오고 있음을 눈치챘으요 벗님,
가을을 닮은 분위기 있는 벗님,
올 가을은 아주 아주 평생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날들되시길 바래요,
저두 함께요........^^*
머시마인 저도 누나다라 봉숭화물을 들여본 기억이 있습니다~ㅎ
아련한 기억이지만.. 미소짓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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