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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나의 이야기

앵두나무 우물가에

by 벗 님 2013. 4. 27.

 

 

 

 

 

 

 

아마..

목련이 첫봉오리를 터뜨리고 며칠 지났을 즈음일거야.

여느날처럼 아침길을 가는데 저 하얀 꽃이 눈에 띄었어.

내겐 참 정겹고 낯익은 앵두나무..꽃..

도심에선 흔하게 만나지는 꽃이 아닌데..난..

 

첫 눈에 딱 알아봤지.

추억이 있기 때문이지.

 

 

 

 

 

 

 

 

 

♬~ 앵두나무 처녀 / 김정애

 

 

1957년에 발표된 노래란다.

 

나 태어나기 10년 전..

 

그냥 웃음이 난다.

 

나도 웬만큼의 세월을 살았나 봐..

 

 

 

 

 

 

 

 

 

 

 

 

 

 

 

스무살 나의 자취방은 무릉도원처럼 아름다운 곳이였다.

노할머니를 비롯해서 갓태어난 증손주까지 4대가 살던 그 집..

앞뜰이며 뒤안이며 갖가지 과수나무가 심어져 있어..

봄이면 천상의 화원인양 온갖 꽃들이 만발하던 옛스런 한옥이던 그 집..

 

내 방 바로 옆 한켠에 우물가가 있어 자취생들이 밥짓는 소리..

설거지 하는 소리로 늘 달그락거렸었지.

그리고 내 방문 바로 앞에 작은 화단이 있어..이맘때면..

하얀 앵두꽃이랑 옥매화가 참 눈부시게도 피어났었다.

 

 

 

 

 

 

 

 

 

 

 

 

 

 

 

이른 아침 부신 눈을 비비며 방문 앞의 작은 툇마루에 걸터앉아..

그 하얗고 부신 꽃들을 한참이나 바라보곤 했었지.

그것이 내 봄날 아침의 싱그럽고 행복한 시작이기도 했었지.

 

쪼로록 피어난 그 하얀 꽃이 떨궈지고 앙증스런 열매가 송글송글 맺히더니..

한날 아침..그날도 덜깬 잠으로 부신 눈을 비비며 방문을 열었는데..

빠알간 열매가 정말 쪼로로롱~~ 매달려있는 게 아닌가..와아~~

그때 난 처음 알았다.

그 촘촘히 피어나던 하얀꽃들이 앵두꽃이였단 걸..

 

아침에 따먹고 늦은 오후가 되면 다시 빠알간 열매가 맺히고..

다음날 아침이면 또 요술처럼 빨간 열매가 송글송글 열리던..

밤낮없이 빨갛고 달달한 앵두를 매달아주던 앵두나무..

 

나는 그 앵두나무를 무척 사랑했었다.

아침마다 선물처럼 빨갛게 영글어가던 그 앵두나무를..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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