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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오늘이 마지막 날인 듯

by 벗 님 2013. 8. 18.

 

 

87년 7월 13일. 비..

 

 

 

오늘 나는 순간에 최대한 살뜰하였나?

오늘 내가 만난 이들에게는 정성을 다하였는가?

그리고 내 가족에게는 충실하였었나?

괜히 우울해지려는 것은 오늘 내린 비때문인 것일까?

아님 오늘 만난 사람때문일까?

 

내리는 빗물로 비애가 묻어나는 가슴을 헹궈버려야겠다.

그래야 까닭없이 엉겨붙으려는 작은 슬픔을 맑게 정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의 나..

 

그러나 나는 그렇게 최소한 노력을 했다고 자부해 본다.

내일을 기약함이 왜 허망하다고만 내게는 느껴지는 것일까?

모두들 내일날에 희망을 품고 생의 고로를 토댝거리며 살아가고 있건만..

 

미래를 위한 다짐으로 약속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손가락과 손가락을 꼬옥 걸면서 맹세를 한다.

허무한 맹세가 순간은 위로이겠지만

훗날에는 배반의 아픔으로 가슴을 찌를 줄을 차라리 외면하고 마는 것은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기 때문이다.

 

 

 

 

 

 

 

 

모른다.

 

오늘 떠나버린 사람..

다시 오마 기약한다해도 그날이 언제일런지..

어쩌면 오늘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어떤 타인과의 만남..

이 만남에 내 최대한의 정성을 쏟음은 내가 내일날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고..

생명의 유한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 감당 못할 괴롬과 고통으로

이 밤을 통곡하고 원망하고 체념하는 어느 누구가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나는 알고 있다.

 

 

 

 

 

 

 

 

우리집이 가난하다고 느껴본 적은 없었다.

우리 집안 가득 화평한 기운이 가득함을 진정 감사하고 있다.

 

세상에는 나보다 얼마나 더 불우한 환경 속에서

내가 상상도 못하는 생을 마지못해 엮어나가는 불쌍한 사람도 많다.

그들을 생각하며 눈동자 깊숙이 고여오는 안개는 무엇인가?

 

 

 

 

 

 

 

 

 

시내 중심가 한 모퉁이에 일없이 앉아

지나가는 행인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말끔한 차림에 엄마아빠 손을 잡고 선물을 한 꾸러미 들고 가는

어느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짙어오는 비애는 무엇 때문이였을까?

나는 저들의 행복을 시기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결코 시기일 수는 없다.

그것은 대상도 없는 어떤 대상에 대한 분노였다.

그것은 저 행복한 사람들과는 정반대의 환경에서

가련한 몸부림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때문이였다.

그들의 삶이 눈물나도록 가엾게 여겨지는 것은

그들보다 좀은 나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계집애의

허영에 찬 동정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가슴이 뜨겁게 끓어오르는 것은

동정과는 다른 진솔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 어떤 느낌 때문일 것이다.

가난한 이들에게 진정 참다운 행복을 신은 베풀어 주실 것을 나는 믿는다.

그러한 믿음으로 오늘도 위로삼으며 가난한 자들의 행복을 빌어본다.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고여옴은 무엇 때문인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오늘이 마지막날인 듯 그렇게 열심히 살뜰히 살아가려고 하는데..

 

세상일 이란 게..

마음 먹은 것과 마음에서 자연히 일렁이는 것이 다르다는 데

그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 스무살 일기 中 -

 

 

 

 

♬~~

박강수 / 잊어야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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