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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비가 내렸다

by 벗 님 2013. 8. 12.

 

 

87년 7월12일. 일. 비

 

 

 

 

내내 마음 한 구석이 오늘 날씨처럼 찜찜한 것은 어저께 그녀때문인가 보다.

평상에서 잠이 들었기에 엄마 몰래 우리 방에 재워줄려고 했는데..

내가 방에 들어가 동생들 모기 물린 곳에 파스를 발라주고 향도 피워주고 나가보니

내가 가져다 준 이불만 덩그러니 구겨져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섭섭해 했을까?

잠든 사이에 내가 없어져버렸으니..깨워주지도 않고 말이야.

어제 그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면 ..우린 또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오늘도 고단한 몸을 이끌고 허탈한 세상을 원망이나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어떻게 그녀의 그 비애와 절망을 단 한 치라도 그 애 탓으로 돌리버릴 수 있을까?

전적으로 세상 탓으로 돌려버린다 해도 그녀에겐 무방할 것이다.

 

참 무서운 세상이였다. 그녀에겐..

 

세상은 정말 공평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지 않아도 고생스럽고 고민 많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녀에게

엄청난 시련을 덤으로 맡겨버리다니..

 

 

신이시여..

절망이라는 커다란 공허 속에

단 한 점의 빛을..

희망의 빛을..

그녀에게 선사하소서..

당신이 진정 계시다면 말입니다.

 

 

 

 

 

 

 

 

 

 

 

 

 

 

비가 내렸다.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비가..

 

 

비..

너는 행운아다.

오늘도 나는 너와 만나기 위해 수분 머금은 거리 위에 발을 내밀었다.

그리곤 하염없이 걸었다. 발이 아파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만큼이나...

너와 함께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싶어했다.

 

 

비야..

너는 내 그리운 사람이 서 있는 땅덩이 위에도 소롯소롯 내리고 있을테지..

내가 비를 사랑함을 알고 있는 그 사람도

지금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나처럼이나 이 비를 사랑하고 있을테지..

 

 

 

 

 

 

 

- 스무살 일기 中 -

 

 

♬~~

 

럼블피쉬의 비와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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