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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그녀에게 일어난 일

by 벗 님 2013. 8. 11.

 

 

87년.7월 11일. 토.  바람..비 조금..

 

 

 

 

 

이름은 박 o o ..

나이는 20 세..

1남 5녀 중 네째..

직업은 여직공..

현재의 소망은 그냥 죽고 싶은 마음 뿐..

여고 때는 시를 좋아했다는 문학소녀..

 

 

가게 앞 평상에 나와 앉아

동생들과 별을 바라보고 음악을 들으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한 여자가 우리가 앉아 있는 평상에 털썩 걸터앉더니

멍하니 허공만 응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왜 그리 허망해 보였을까?

 

 

 

 

 

 

 

 

한참 뒤..

이렇게 오래 앉아 있어도 괜찮으냐며 미안해 하였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죽으려고 했는데 그것도 잘 안되더라며

만약 죽으면 저승이 있느냐며 내게 물어왔다.

 

그리고 신이 있느냐고?

있다면 열심히 소원을 빌면 들어주는냐고?

수면제는 몇 알까지 먹으면 죽게 되느냐는 등..

 

나는 뭐라 답해야 했을까?

도대체 뭐라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그녀에게 희망의 빛을 안겨 즐 수 있기를 바라면서

내 나름의 생각을 쏟아놓았다.

그러나 그 달콤한 사탕발림이 그토록이나 허탈에 흠뻑 젖어

피씩 웃고만 마는 그녀에게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

 

 

 

 

 

 

 

 

신은 마음 안에 있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신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신이란 존재는 어쩌면 인간이 나약하기에

어딘가에 기댈 곳이 필요한 인간 스스로가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단지 그렇게 믿으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믿음으로 해서 신은 내 마음 안에 머무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소원을 무작정 빈다고 해서 그것이 이루어질 수는 아마 없을 것이다.

배가 고프다고 해서 밥을 달라고 빌고만 있으면 될까?

스스로 쌀을 구해서 밥을 짓고 스스로 먹어야 주린 배는 채워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 소원을 위해 노력하고 스스로 이루어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신은 우리 곁에서 이렇게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선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고요히 지켜보고 계실 것이다.

그렇게 지켜보심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용기와 믿음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생명은 존귀하다.

이렇게 살아 호흡하고 저 하늘을 구름을 별을 바라 볼 수도 있고,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고 웃고,

이 모든 것들이 살아있음으로 해서 느껴지고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나 란 존재가 없다면 도대체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그러나 잠시 후..나는 부끄러웠다.

내가 뱉은 언어의 조각이 초라하게 흩어지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든 빛 하나 스며들기 어려운 절망이라는 꽉 막힌 굴레 안에 희망의 빛을 비쳐주기란..

나로선 역부족이였다.

그러나 성의를 다했다.

 

 

그러나 세상은 불공평하고 냉담하고 추하고 무서운 곳임을 동감할 수 밖에 없었다.

 

 

 

 

 

 

 

 

 

새벽 5시..

공장에 나가기 위해 그 시각에 집을 나서야만 했던 그녀는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의 불투명한 여명 속에서

일찌기 느껴보지 못했던 공포의 아득함을 절절이 느껴야만 했다.

 

목에 칼을 들이대고 혐박을 하는 남자..

짐작으로 21살 에서 22살..

몸을 빼앗기고 돈을 빼앗기고 삶에 대한 희망의 싹마저 싹둑 베어가버리고..

얻은 것이라곤 세상이 무서워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는 절망과 공포와 인간에 대한 혐오..

불과 5일 전이였다며..손가락을 펴보인다.

그 어떤 부끄럼도 수치도 이제는 잊어버린 듯이 그 때의 상황을 담담히 얘기하는 그녀..

 

 

 

 

 

 

 

 

단지 그녀의 두 손을 꼬옥 잡아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생명을 포기하지 말라고 ..

세월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거라고..

그리고 나도 할 말을 잃어버렸다.

남자의 욕정에 예리한 경멸을 보냈지만 그것은 잠시..

세상은 무서운 곳이라는 것을 마음  한 구석에 비집고 넣어 둔다.

세상 모르고 착한 사람들과 웃고 사노라면 잊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한 일들이 누구에게라도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또 뭐가 있을까?

인간의 추함을 사무치도록 느끼는 것 외에는..

그리고 죽지않으면 사노라 바빠질테지..

그뿐이야.

 

 

 

 

 

<스무살 일기 中 >

 

 

 

 

 

♬  ~~'박강수 - 제발'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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