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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여행 이야기

여름여행 하나-분천역

by 벗 님 2013. 8. 6.

 

 

 

 

 

 

사실 딱히 휴가계획은 없었다.

찜통더위에 도로정체에 바가지상술에..그런 것들이 싫어

우린 항상 피크가 끝나고 산이며 바다가 몸살을 끝낼 즈음에..

조용히 휴가를 다녀오곤 했었다.

 

내남자가 전에 지나가는 말로 백두대간 순환열차 얘기를 한 적은 있었지만..

난 그냥 흘려듣고만 말았는데..

이번에 백두대간 협곡열차를 타러 가잔다.

휴가철인데 예약없이 가도 되겠냐니깐..

걱정말란다.

 

해서 새벽 5시..아이들을 깨워서 출발한다.

 

 

 

 

 

 

 

 

 

 

 

 

 

새벽같이 달려와 도착한 분천역..

그럴 줄 알았다.

표가 두 장 밖에 없더란다.

오늘 새벽 검색할 때만 해도  열 두 자리가 있었는데..

 

내남자 미안해할까 봐 별 말은 안했지만..

"그러게 예약하자니깐..이게 뭐야?"

"새벽같이 몇 시간을 달려와선..@#$%^.."

 

사실 난 어느정도 예측했던 터라 크게 실망하진 않았지만..

약간 화가 나긴 했다.

 

 

 

 

 

 

 

 

 

딸들에게 이 꽃의 이름을 물으니..모른단다.

지들 어릴 적에 손톱에 봉숭아물도 들여주고 그랬는데..

딸들은 피고지는 꽃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그게 마니 아쉽다.

 

 

 

 

 

 

 

 

 

 

일단 아침 허기를 달래기로 한다.

올해 새로 생긴 백두대간 협곡열차..

그 덕분에 역 근처의 땅값이 열 배는 올랐다는 얘기도 들렸다.

 

급하게 생긴 듯한 역 앞의 조립식 식당..

별 기대는 안했는데 음식에 시골스런 인심과 정이 담겨있어..

기대 이상의 맛난 아침식사를 할 수 있어..

그나마 기분이 조금 풀렸다.

 

 

 

 

 

 

 

 

 

 

 

 

 

 

 

 

 

 

 

 

선로 옆에서 기차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풍경도 오랜만이다.

 

기적소리가 울렸던가??

멀리서 기차의 앞머리가 보이고 서서히 꼬리를 달고 나타나는 기차..

그 기차를 놓칠세라 무거운 짐을 끌고 급하게 달려가시는 할머니..

 

이런저런 기차역 풍경이 새삼스럽게 반갑고 정겹다.

 

 

 

 

 

 

 

 

 

 

 

1026

 

봉숭아  박은옥, 정태춘

 

 

초저녁 별빛은 초롱해도
이 밤이 다하면 질터인데

그리운 내님은 어딜 가고
저 별이 지기를 기다리나

손톱 끝에 봉숭아 빨개도
몇 밤만 지나면 질터인데

손가락마다 무명실 매어주던
곱디고운 내님은 어딜 갔나

 

 

 

 

 

 

 

 

 

 

 

 

 

 

 

 

 

 

 

오랜만에 보는 시골역..

정겹다.

 

딸들은 이런 작은 간이역에 대한 추억이 없을 것이다.

스무살 적엔 일부러 간이역마다 쉬어가는 비둘기호를 자주 탔었는데..

느리게 차창을 스치는 시골풍경..시골 내음..시골사람..

 

제각각의 아담하고 소박한 모습의 간이역을 만나는 것도..

비둘기호를 타는 나름의 솔솔한 재미였는데..

 

 

 

 

 

 

 

 

 

 

 

 

- 벗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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