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맑음. 수. 오전 8시 05분
신선하고 상쾌한 새벽을 음미한지도 제법 오래인듯 하다.
이토록 가슴의 샘이 메마르도록 난 무얼하고 있었단 말인가!
사랑했다.
죽고싶도록 외로와서 닥치는대로 사랑해버렸다.
그리곤 미워했다.
고독해서 미웠다.
내 마음을 앗아버린 고독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밉다.
그래! 어차피 세상은 위선이고 모순투성인데 뭘~!
현실이 춥고 거리에 속절없는 바람이 불고..
우리네 인간들의 표정이 겨울날처럼 냉담해보이는 건 ..
모두가 나 때문인줄 알았다.
내 가슴이 식어있고 그래서 한기를 느끼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아니다! 단정해버리지는 말자!
세상은 참 착하다.
그래!무조건 착하게 살아버리자!
그리고는 울어버리자!
절대 원망도 머금지 말고 허무도 논하지 말자!
내 안으로 침잠해야겠다.
방황이고 덧없는 발악이다.
그래서 서글프다.
내 가슴의 고뇌를 울분처럼 터뜨리고 비장한 얼굴모습을 짓는 것이 진실인 듯
착각하고 있었다.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다.
아니, 아직은 숨쉬고 있을 내 본질에 생명을 불어넣어야겠다.
나를..진정한 내 모습을 찾고싶다.
스스로에게 충실하고싶고 나를 키우고 싶다.
그리고 나하나만의 나를 사랑스레 가꾸어야한다.
진실로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그땐 사랑도 해보리라!
지금은 보다 깊숙히 내 안으로 파묻히고 싶다.
왜냐구?
현실에 적응할 자신이 도저히 없기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비굴하지만..
나의 생을 그만큼 아끼고 사랑하기때문이다.
9월 25일 새벽 0시 53분
♬~ 박강수 - 꽃이 바람에게 전하는 말
아침안개에 매료당했고 코스모스의 여린 꽃잎을 사랑했다.
저녁별빛은 부끄러웠다.
나 자신의 욕망을 숨기고 비애와 타락을 경멸하였다.
왜 이리 산다는 게 공허하고 서글픈지 모르겠다.
- 스무살의 일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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