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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어린 왕자의 장미꽃 같은

by 벗 님 2013. 3. 31.

 

 

 

1986년 9월 29일 맑음, 바람, 서늘함.

 

 

 

가을이 내 온몸을 휘어감는다.

언제나처럼 코스모스의 청순함에 매료당했다.

어제 일기를 쓰지 않아서 마음이 개운치 못하다.

 

 

 

 

 

 

 

하루.. 진실로 나는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내가 살아있음도 확인했다.

왜냐면 어린왕자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마음으로 보아야한다.>

<그리고 만남에 책임져야한다.>

 

두 눈망울엔 아침이슬보다 맑은 영롱함이 있었고,

눈물이 고일 땐 별빛보다 찬란한 듯 눈동자는 밫났다.

 

 

<아~어른들의 세계는 알 수가 없군요!>

허구와 허상을 진실인 양 어른들은 얘기한다.

자기가 살고 있는 삶이 가장 바람직한 삶이라고 애기한다.

 

그건 일종의 도피이며..

자신의 허상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가장 참된 허구를 진실로 가장하는 것이다.

참 서글프다는 생각을 해본다.

너무도 외로운 존재인 우리는 외롭고싶지 않아서 그렇게 서글퍼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임져야한다.

그렇다.

난 얼마나 소홀했던가!

그냥 스치우는 만남도 소중할 수밖에 없다고 난 말했는데,

나의 만남을..

그래, 난 책임져야한다.

 

소중하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내게 소중하다.

그들 모두는 내 삶에 포함되어있기 때문이다.

 

 

친구 하나를 가지고 싶다.

목숨보다 소중한 친구 하나!

어린왕자의 장미꽃같은..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가장 보편적인 소망이 아닐까?

 

내겐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

내 생명 다하는 그날까지 그렇게 사랑하다 죽고싶다.

 

 

 

 

 

 

 

10월 1일 .비. 水

 

 

 

 

하늘색이 얼마나 부드럽고 하얀 구름이 얼마나 이뻤는지..

낙엽이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내 발 아래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낙엽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길바닥엔 퇴색한 낙엽이 뒹굴고 있었다.

 

나는 무심히 밟아버렸다.

 

낙엽은 가느다랗게 떨면서 초라하게 으스러지고 말았다.

 

낙엽의 신음소리가  내 가슴에 원망처럼 와 맺힌다.

 

푸른 시절이 가버리고..

 

초록빛은 색바랜 종이처럼 구겨지고..

 

바람이 몰고오는 썰렁함과 계절의 스쳐지남이..

 

내 모두를 앗아버렸다.

 

나 또한 뒹구는 낙엽이였던 것을..

 

 

 

 

 

 

 

 <스무살의 일기 中 >

 

 

♬~~

'진추하 - Graduarion Te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