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을 보내고 3월 그 첫하루..
우나랑 다시 울산엄마네 가기로 한다.
우리 영아 생일이기도 한 정월대보름날..
온 가족이 수변공원으로 산책을 갔다가 저녁엔 달맞이를 하기로 한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움푹 패인 보도블록에 발이 걸려 넘어지신 엄마께서
팔이 부러지셨단다.
조금 심하게 다치셔서 입원까지 하시고..
다행히 수술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세가 있으셔서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고 한다.
너무 속상하고 아픈 마음..
우나랑 울산에 도착하니 월이네랑 영아네가 와있었다.
염려했던 것 보다 엄마도 아빠도 동생들도 얼굴이 밝고 집안 분위기도 환하다.
둘째 랑이랑 세째 월이가 번갈아 매일매일 엄마네에 들러 함께 보내고..
밀양 홍주네도 틈나는대로 들러서 엄마아빠를 보살펴주고 ..
주말이면 직장 다니는 영아가 와서 함께 지내고..
평소에도 참 잘 하는 동생들이지만..동생들이 너무 고맙고..
멀리 있다는 핑계로 손님처럼 며칠 오가는 내가 많이..
미안하다.
♥
이른 아침..
아빠는 평소에 함께 운동 다니던 친구분들과 수변공원을 다녀오시고..
점심을 드시고는 다시 여천천으로 산책을 가자 하신다.
하루 중..이렇게 산보를 하는 시간이 제일 좋으시다는 울아빠..
왕복 2시간 거리의 여천천..
집 근처라 팔을 다치신 엄마도 함께 나오셨다.
천사같은 율이랑 유담이도 함께..
연휴동안에 꽃샘추위로 날씨가 제법 쌀쌀했지만..
양지바른 곳엔 햇살이 따스하다.
아빠의 호흡에 맞추어 중간중간 쉬어간다.
병원에선 아빠의 운동량을 좀 줄이라고 했다지만..
난 이렇게 걷는 것이 아빠에게 가장 좋은 치유책이란 생각이 든다.
물고기는 아이들에게 언제나 호기심의 대상..
꼬물꼬물 송사리같은 작은 물고떼가 마냥 신기한 아이들..
똥물이 흐르고 악취가 진동하던 예전의 여천천..
이젠 물고기도 떼를 지어 살고 겨울철새들도 쉬어가는 곳이 되었다.
♬~~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여천천 산책하고 집에 돌아온 저녁..
아빠는 드시는 족족 토를 하신다.
그렇게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드시고는 바로 토하시고..
항암치료를 하면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고는 하지만..
아빠가 자꾸 말라가시는 듯 하여 마음이 아프다.
그 와중에도 아이들은 나뚜루 아이스크림에
벌떼같이 달려들어 맛나게도 먹는다.
친정에서의 2박3일..
엄마는 차에 가면서 먹으라고 한라봉을 우리식구 수대로 챙겨주신다.
5시간여..집으로 오는 버스차창에 기대어 내리 잠만 잤다.
아무 생각도..아무 근심도..아무 상념도 없이..
나는 잠만 잤다.
잠시잠시 잠 깨면 슬픔이 차오르기도 했지만..
나는 달디달게 잠만 잤다.
차창 밖으로 세월처럼 풍경이 휙휙 스치우는 것도 보지 못하고..
잠만 잤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