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커피 한 잔을 타와야겠다.
가슴이 너무 아프고 속이 상한다.
엎친 데 덮친다..는 달갑지 않은 말이 생각난다.
한 가지 일만으로도 힘이 든데..
자꾸자꾸..힘겨운 일들이 덮쳐온다.
액땜,,그런 거라면 좋겠다.
더 나쁜 일이 일어나지 말라고..생긴 일이라면 좋겠다.
" 울엄마, 얼마나 아프셨을까.."
아? 오늘이 정월대보름..우리 막내 영아 생일이기도 한..
엊저녁부터 내남자가 자기가 찰밥을 지을거라고 수선을 떨더니..
오늘 아침..콩이며 밤이며 대추며 호박씨까지 그득 넣어 찰밥을 지어놓았다.
밥솥을 여니..찰밥이 넘칠 지경이다.
내남자의 그 정성이 갸륵하여 나도 몇 가지 말린 나물 불려둔 걸로 나물반찬을 만든다.
호두며 아몬드며 몇가지 견과류도 볶고..그렇게 겨우 정월대보름 구색을 맞추었다.
그런데 찰밥이 너무 떡밥인데다 견과류를 너무 마니 넣어 먹기엔 조금 부담스러워..
쏭이랑 나랑 예의상 한 숟갈 뜨고..우나도 겨우 몇 숟갈 뜨고..
저 많은 찰밥을 다 어쩌려나..
방금..베란다에 잠시 나갔다 왔다.
오늘이 보름이라는 걸 ..문득 깨달았다.
대보름달이 얼마나 휘영청 밝을까..
달은 어느새 밤하늘 중천에 올랐고..
나는 세 가지 소원도 빌지 못했다.
결국 올 대보름도 달맞이는 하지 못하고..
달집 태우는 거도 보고 싶었는데..무척..
나는 지금껏..무얼 하고 살아왔을까..
길다면 길고도 그 숱한 날들을..
도대체 무얼하며 살아왔을까..
부끄럽고 한심하다.
너무 초라하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