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9월 12일, 경이에게..
경이야, 가을이다.
귀뚤이 울음 울고 소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분명 가을이다.
답장이 늦어 미안하구나!
한동안의 나를..경이야, 이해해 주렴!
넌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닐지~
자꾸만 여위어가는 나를 느끼며 그냥 매일 충실하려고 바둥거려본다.
그러나 참을 수 없는 건..
나의 감정 사고 우정 사랑..이런 것들이 여위어 간다는 것이야.
지난번 너의 집에서 우린 새벽 깊도록 많이도 생을 얘기하였던 것 같은데,
난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모른다.
경이야,
네가 가고자 하는 길도 외롭고 고뇌스런 길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진정 바라는 길은 행복과 기쁨만이 있는 길일까?
진실한 삶이란 과연 무어란 말일까?
경이야,
외롭고 고독하고 슬프더라도 난 차라리 그 속에서 아파하고 싶다.
그래서 한가닥 진실이라도 찾고 싶고, 먼저 나란 아이의 참 모습을 알고 싶다.
난 왜 나하나만의 기기심으로 살아왔나..이제금 절실히 후회하고 있단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아낄 수 있는 내가 되기를 지금은 제일로 원하고 있다.
경이야, 고요하고 정리된 마음으로 펜을 들고 싶었는데..
이 마음의 방황이 언제 끝날런지 기약이 없어 두서없이 펜을 들었다.
아무쪼록 너의 날들이 밝고 활기차길 바라고..네 마음도 늘 밝다면 좋겠어.
이만 줄일게!
'임형주 - The Salley Gardens'
1986년 9월 20 토. 비. 벗님에게..
벗님..
마음의 정리를 얻느라 조금은 괴로왔어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대로 순응되지 않음은 미련 탓일까요..
그러나 다른 생각 이젠 않을게요.
그냥 이 길에 충실히 적응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그것만이 가장 현명한 처사일거라 생각합니다.
벗님..열심히 살아갈게요.
바보처럼 울지도 않도록 할게요.
전 잘 해나갈 수 있을거예요.
벗님도 그렇게 믿어 주세요.
책을 읽으면서 ..
떠오르는 미련이 자꾸 마음을 아프게 만들어요.
그러나 벗님..
운명이라고만 생각하고 싶어요.
운명을 거부하고 싶진 않아요.
그대로 순응하는 숭고함도 지니고 싶어요,
벗님..제 마음을 지켜주세요.
결코 흔들리지 않도록..
흔들리더라도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전 꼭 해내고야 말겠어요.
그냥 아무렇게나 소심하게만 살아갈 순 없어요,
목표를 향해 돌진하고.. 반드시 해내고야 말거예요.
<스무살의 일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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