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9월 13일 .토. 맑음.
벗님 ..
그냥 이대로 내버려두세요.
울고 싶어요.
하염없이 펑펑 울고만 싶어요.
눈물이 그치질 않습니다.
벗님..소리내어 통곡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왜 이리 슬퍼지는가요?
엄마 아빠껜 무어라 용서를 빌어야 할까요?
목이 메어 펜대가 움직여지질 않습니다.
또 동생들은..제 귀여운 동생들은 얼마나 이 언니를 원망할까요?
도대체..아..무엇이 진정 산다는 것이였나요?
벗님..
옛날의 저는 이러하지 않았지요?
지금의 타락해버린 듯한 자신을 느껴요.
제 감정 사고 이성..모든 것들이 타락해 가고 있어요.
머리를 움켜쥐고 눈물을 뚝뚝 떨구며 괴로와하고 있어요.
벗님..
모든 것이 공허하기만 하여요.
오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도서관으로 향했어요.
그렇게 해야만 하겠기에 그렇게 했답니다.
그러나 왜 이리 제 현실이 불쌍하고 서러운가요..
그냥..자꾸만 제 자신이 가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 아빠..동생들..
저를 믿고 있을 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아..저는 잔뜩 죄만 짓고 있었어요.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바라봅니다.
두 눈망울이 슬퍼하고 있었습니다.
통통하던 두 뺨이 여위어진 듯도 합니다.
생기를 잃어버린 우울한 한 여자가
왠지 낯설어 보이는 얼굴 하나가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결국은 눈동자 가득 이슬이 고이고
두 방울의 눈물이 뺨위로 흘러내립니다.
벗님..
그 포근하신 두 손으로 제 서러운 이 가슴을 쓸어주셔요.
무엇때문에 그리 슬퍼하고 고민하느냐고도 물어봐 주셔요.
선택의 여지도 없이 이렇게
이 길위에 서 있는 저 자신이 가련하여서요.
제가 가고싶었던 길이 있었는데..
그 길을 못가게 해서요.
이제금 미워서..미워할 순 없는데도..
미워서요.
아.. 눈물이 손등으로 하염없이 떨어집니다.
'Keren Ann - By The Cathedral'
- 스무살 일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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