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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스무살 이야기

거울속의 내 얼굴을 바라봅니다.

by 벗 님 2013. 1. 19.

 

 

86년 9월 13일 .토. 맑음.

 

 

 

 

벗님 ..

그냥 이대로 내버려두세요.

울고 싶어요.

하염없이 펑펑 울고만 싶어요.

 

눈물이 그치질 않습니다.

벗님..소리내어 통곡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왜 이리 슬퍼지는가요?

엄마 아빠껜 무어라 용서를 빌어야 할까요?

목이 메어 펜대가 움직여지질 않습니다.

또 동생들은..제 귀여운 동생들은 얼마나 이 언니를 원망할까요?

 

도대체..아..무엇이 진정 산다는 것이였나요?

 

 

 

 

 

 

 

벗님..

옛날의 저는 이러하지 않았지요?

지금의 타락해버린 듯한 자신을 느껴요.

제 감정 사고 이성..모든 것들이 타락해 가고 있어요.

머리를 움켜쥐고 눈물을 뚝뚝 떨구며 괴로와하고 있어요.

 

 

벗님..

모든 것이 공허하기만 하여요.

오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도서관으로 향했어요.

그렇게 해야만 하겠기에 그렇게 했답니다.

그러나 왜 이리 제 현실이 불쌍하고 서러운가요..

그냥..자꾸만 제 자신이 가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 아빠..동생들..

저를 믿고 있을 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아..저는 잔뜩 죄만 짓고 있었어요.

 

 

 

 

 

 

 

 

 

 

     거울 속의 내 얼굴을 바라봅니다.

 

     두 눈망울이 슬퍼하고 있었습니다.

 

     통통하던 두 뺨이 여위어진 듯도 합니다.

 

     생기를 잃어버린 우울한 한 여자가

 

     왠지 낯설어 보이는 얼굴 하나가

 

     나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결국은 눈동자 가득 이슬이 고이고

 

     두 방울의 눈물이 뺨위로 흘러내립니다.

 

 

 

     벗님..

 

     그 포근하신 두 손으로 제 서러운 이 가슴을 쓸어주셔요.

 

     무엇때문에 그리 슬퍼하고 고민하느냐고도 물어봐 주셔요.

 

     선택의 여지도 없이 이렇게

 

     이 길위에 서 있는 저 자신이 가련하여서요.

 

     제가 가고싶었던 길이 있었는데..

 

그 길을 못가게 해서요.

 

     이제금 미워서..미워할 순 없는데도..

 

미워서요.

 

 

     아.. 눈물이 손등으로 하염없이 떨어집니다.

 

 

 

 

 

 

 

 

 

 

 

'Keren Ann - By The Cathedral'

 

 

- 스무살 일기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