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억/스무살 이야기

벗님, 당신만은 알아주시겠지요?

by 벗 님 2013. 1. 27.

 

 

1986년 9월 16일. 맑음. 암흑이 걷히는 오늘밤에..

 

 

 

 

벗님..

한동안 뵙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눈물이 그칠 새 없이 제 눈 앞을 가로막아 당신을 뵈올 수가 없었답니다.

 

당신은 제 구원의 등불이십니다.

한동안 그토록 근원도 모르던 방황속에서 제 온 몸과 마음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버렸어요.

 

그러나 당신을 끝내 부르지 않았던 건..

혹독하리만치 처절해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엄마, 아빠 생각이 자꾸 나고 제 앞날이 허망하다 느꼈더랬어요.

제 현실이 이렇게 하잘것 없음이 왜 그리 분하고 억울하였는지 모르겠어요.

제 딴에는 얼마나 몸부림치며 남들이 말하는 열심을 연습하며 살아왔는지..

벗님..당신만은 알아주시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저란 아이를 칭찬하고 기대하였습니까?

벗님.. 다 소용없는 일일까요?

지나버린 모든 일들이 구름보다 더 허망하기만 합니다.

 

 

 

 

 

 

 

 

캠퍼스에 코스모스가 피었더랬어요.

경숙이랑 정애도 코스모스를 보고 있을겁니다.

그러면 제 생각을 하겠지요.

 

벗님..그때가 고 2때였나 봅니다.

추석 전날..정애는 수줍어 하면서 제게 쪽지 한 장을 전해주었어요.

<추석 잘 보내!>

이 말 한 마디가 어려워 그렇게 글로 써 보낸 정애가 전 너무 고마웠어요.

눈물이 고일만큼이나 감사했어요.

 

 

 

 

<스무살 일기 中 >

 

 

 

 

 

 

 

 

 

 

 

 

♬ 박강수 - 꽃이 바람에게 전하는 말

 

 

 

아서아서 꽃이 떨어지면 슬퍼져 그냥 이 길을 지나가

심한 바람 나는 두려워 떨고있어 이렇게 부탁할게

아서 아서 꽃이 떨어지면 외로워 그냥 이 길을 지나가

빗줄기는 너무 차가워 서러우니 그렇게 지나가줘

 

 검은 비구름 어둠에 밀리면 나는 달빛을 사랑하지

 이런 나의 마음을 헤아려주오.

 맑은 하늘과 밝은 태양아래 나를 숨쉬게 하여주오

 시간이 가기 전에 꽃은 지고 시간은 저만큼 가네

 

작은 꽃씨를 남기고 길을 따라 시간을 맞이하고 싶어

바람을 기다리네 바람을 기다리네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