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9월 12일
전 왜 이다지 외롭기만한 마음을 키워왔을까요.. 완전히 홀로 핀 들꽃을 보았어요. 내 모습처럼 보여 정이 갔어요.
그러나 눈물이 고이는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렇덧 호흡하고 있음이 막막하고 나의 길이 안개처럼 희미한 건 내 눈에 고인 눈물때문인가요..
많이도 저자신을 탓하였어요. 그러나 이제 그러지 않을래요. 제 존재는 이제 지칠대로 지쳐버려 금시라도 쓰러질 듯 헤매입니다. 가련하게도 슬프기만한 제 존재입니다.
많이 많이 아끼고 사랑해야겠습니다. 저 자신을 말입니다.
왜..사는가요?
제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은 진정 운명이 정해놓았던 길인가요.. 아..차라리 그러하길 얼마나 간절히 소망하는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전 아무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묵묵히 눈물 한 방울 낭비하지 않고 걸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왜 타인에 의해 거부하는 순응을 해야만 했을까요.. 이제금 그 타인이 미워지는 건 지금 제 현실이 눈물로 얼룩져 형편없이 되어버린 때문입니다.
벗님.. 눈물이 흐를땐 제 속에 품은 설움을 다 토해내고만 싶습니다. 그러나 한 장의 손수건도 갖지 못하여서 눈물도 흘리지 못합니다.
제 나약함을 숨기려 얼마나 강한 척 행동하였습니까.. 이제는 서서히 그 껍질이 벗겨지려나 봅니다. 아무데서나 글썽이는 눈물이 그것을 말해줍니다.
벗님.. 진정 당신은 제 곁에 머물고 계신거겠지요..
그런데..
이렇덧 산산히 흩어지고..
갈갈이 해체된 제 마음을..당신은..
왜..몰라라 하십니까?
< 스무살 일기 中 >
'Gloomy Day / Anda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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