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9월 10일. 수. 비
어젯밤에는 빗소리에 구슬펐습니다.
이유없이 자꾸만 밀려드는 설움을
전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벗님..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살아야겠는데..
도대체 어찌 살아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습니다.
요즘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쓰러져 잠이 들어버려요.
몸과 맘이 지칠대로 지친 자신을 느껴봅니다.
벗들에게 소식 한 장 띄우지 못하였습니다.
엄마, 아빠, 동생들 생각도 한동안 하지 않았습니다.
벗님..
어제는 괴로울 정도로 제 몸이 아팠습니다.
8교시 강의가 끝난 뒤 그대로 엎어졌습니다.
저는 혼자 남았고..
아픔보다는 쓸쓸함이 더 큰 자리를 차지하였습니다.
누구라도 제 곁에 있어주길..얼마나 바랬는데..
벗님..
전 도대체 무얼까요?
혼자 잘난 척..
아~제 자신이 미워질려고 합니다.
왜 포근하지 못할까요..
모두가 소중한 인격체들인데..
저같은 게 뭐라고 그들을 외면하고 무시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울고만 싶습니다.
오늘은 또 어떠한 모습으로 그들 앞에 서야할지..
도저히 저 자신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아팠던 과거가 ..
그 암울했던 날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 놓았는지도 모릅니다.
저의 경솔과 냉정을 깊이 반성합니다.
벗님..
이제는 정녕 그러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무엇이건데..그러할 수 있겠습니까?
- 스무살 일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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