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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가족 이야기

조카 재범이 온 날

by 벗 님 2013. 1. 14.

 

 

 

 

 

 

대학졸업반인 큰집 조카 재범이가 온단다.

나 시집 왔을 적에 유치원생 꼬마아이였었는데..

가끔 작은아버지인 내남자에게 술 사달라며 오곤 한다.

울집에서 하루 유하고 갈거라니..

손님맞이용 청소도 말끔히 하구 찬꺼리도 신경이 쓰인다.

 

 

재범이가 온 날 늦은 저녁..

우나랑 쏭이도 함께 데리고 웨스턴돔에 있는 퓨전호프집으로 간다.

예년에 없는 한파로 거리가 몹시도 추운 날이였다.

 

 

 

 

 

 

 

 

 

 

 

 

 

 

 

 

 

 

 

 

 

 

 

 

아이들에게 먹고싶은 걸루 안주를 고르라 하고..

물론 먹성 좋은 울 쏭이가 제일 적극적으로 안주를 고른다.

 

기본안주로 나온 저 고구마튀김..

추억의 맛이 생각나 몇 번을 리필했는지 모른다.

 

 

 

 

 

 

 

 

 

 

 

 

 

 

 

 

 

 

 

 

 

 

 

 

내남자 ..

아직 채 스무살이 안 된 딸아이에게 술을 한 잔 따라주며..

주도(酒道)에 대해 일장연설을 한다.

 

생맥은 싫다며 작고 예쁜 병에 든 무슨 술을 시키던데..

요것이 어디서 몇 번 마셔봤는지 거리낌없이 술잔을 들고 홀짝인다.

처음 본 딸아이의 그런 모습이 왠지 낯설고

저만큼 내 품에서 달아나버린 듯한 서운한  마음이 든다.

 

 

 

 

 

 

 

 

 

 

 

 

 

 

 

 

 

 

 

 

 

 

 

 

 

 

 

 

 

생과일 파인쥬스를 한 잔 홀짝이며 "살찌는뎅~"하면서도

안주를 마구마구 먹어대는 쏭이..

젊은 분위기의 퓨전호프집이라 그런지

술집 분위기가 밝고 활기차다. 안주도 맛나고..

 

무슨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또렷한 기억은 없지만..

참 마니 웃고..참 마니 먹고..마시고..

그렇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였다.

 

재범이 덕분에 아직은 미성년인 딸들과 술집에도 다 오구..

 

 

 

 

 

 

 

 

 

 

 

 

 

 

♬~~

 

목로주점 - 이연실-

 

 

 

 

 

 

 

 

자정으로 깊어가는 시간..

밤이 깊어갈수록 거리의 네온은 더 휘황하다.

그래서 더 따스하게 느껴진다.

 

인적마저 드문해진 웨돔의 밤거리..

그 어느 해보다 시리고 얼얼한 올겨울..

 

그러나 그 어느 해보다 따스한 마음으로 보내고 있다.

아니..그동안 너무 시린 날들을 보내어서..

모처럼의 이 따스함이 그저 감사할 뿐인지도..

 

 

 

 

 

너무나 시린 날들이다.

 

다만..마음 따스하라고..

 

그대..몸 건강하시라고..

 

 

 

 

 

 

 

 

 

 

 

- 벗 님 -

이야 일떵~
선물줘라~ㅎㅎㅎ
즐거운 시간 보냈군~
내 방에서 일뜽하는 거 식은 죽 먹기라며..

아주 옛날에 친구가 한 말인데..기억나??ㅎ~

선물은.. 무씬??

니는 언제 선물 준 적 있니??

오는 정이 있어야..가는 정도 있찌?? >.<

사촌형제들이 뭉친 날 퓨전 호프집으로 나름대로 재미있었을거 같아요.
엄마 몰래 뽀끔뽀끔 맛을 본 모양인 우나? ㅋㅋ 포현도 웃겨요.
엄마가 모르는 거 앞으로 많아집니다. 다 까발리지 않는 애들이랍니다.
저는 이제 아는것 보다 모르는게 훨씬 더 많아요. 마음비우기 시작~

그래요..언니..

아이들이 커가면서 이제 자기만의 테두리를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엄마라는 이유로 시시콜콜 간섭할 시기는 이미 지나버린 것 같구요.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들지만..


맞아요..언니..

마음 비우기..그거 연습해야할 거 같아요..

이제부터..ㅠㅠ


시린날 뒤에 오는 따스함이... 좋지요?

조카와 딸들과 성인식을 한 기분이 아닐까요?

아이들도 차츰 어른이 되어

새장을 훌훌 날아가겠지요?

시린 날 뒤의 따스함..

더 소중하고..더 포근하고..ㅎ~


네..그런 느낌..비슷했어요.

이젠 딸아이를 성인으로 인정해준다는..신고식같은..

왠지 느낌이 좀 그랬어요.

품안의 새를 날려보내주는 준비를 하는 ..그런 서운한 마음..

그랬어요.ㅜㅜ


하나밖에 없는 울 조카도 이제 대학생이 되는데... 고딩때부터 술을 일찍 마시기 시작해서는..
어느날.. 언니집에 갔더니 언니가 열을 내면서 이야기 해주더라구요..
친구들과 술 마시고 오는 날이 많다구요.. 언니는 술 한잔도 못마시는데 형부를 닮았는지 술을 곧잘 하나봐요..
하루는 술이 취해서 언니와 형부에게 울면서 하소연을 막 하더래요..
어쩌구 저쩌구 서운하니마니 오만상 넉두리를 하고는 지방에가서 자더라네요..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 담날 이야기했더니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ㅎㅎ

이제 차츰 엄마가 모르는 이야기들이 늘어나겠지요. 또 몰랐던 것을 알게 될때도 있을테구요..
아이들이 자라가는 모습을 바라보아야할때가 되어가는건지... 입김이 통하지 않을때가 있어서 그럴땐 조금 서운해져요..


하나밖에 없다구요?

전 친정조카만 여덟명..사실 그 아이들 나이도 맨날 헷갈려요.ㅎ~


조카가 남자아이인가요?

남자아이들은 더러 그렇게 고딩때부터 술도 마시고..그러나 보더라구요.

왜..우리도 수학여행가면 소주병 들고 오는 애들 더러 있었잖아요.ㅎ~


네..그런 듯 해요..

이젠 내 품안에서 벗어나..자기나름의 날개짓을 펄럭이고 있는 딸..

요즘 ..지가 알아서 할테니..엄만 상관하지말라는 식으로 자주 나오는데..

그럴 때마다..저도 마니 서운해지곤 해요.ㅠㅠ


대학생이 된다 하니..고딩때와는 다르게..

정말 딸이랑 저만큼 거리가 생겨버린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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